2006년 3월부터 한국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22개월 동안 농성을 하고 있는 한국고속철도(KTX) 여승무원들의 실제 사용자는 철도공사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의 실질적인 사용자라는 사실이 법적으로 인정됨으로써 철도 노사 갈등의 핵심 쟁점인 여승무원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철도공사 사측은 그 동안 “여승무원의 사용자는 철도공사가 승무 업무를 위탁한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이므로 여승무원들의 철도공사 직접 고용 요구를 받아줄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반면 KTX 여승무원 등 철도노조는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근로를 실질적으로 감독하고 지휘했으므로 철도공사가 실제 사용자”라며 직접 고용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단독 구회근 판사는 27일 지난해 2~3월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고 불법 파업을 한 혐의(업무방해 및 공동퇴거 불응)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KTX 서울승무지부장 민모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민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의 사용자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여승무원들이 철도유통과 맺은 근로계약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며 “철도유통은 철도공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데다 여승무원 채용 때 철도공사 관계자가 면접에 참여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여승무원의 실제 사용자는 철도공사가 맞다”고 못박았다. 실제 사용자가 누구냐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철도공사와 여승무원들 사이에서 법원이 여승무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번 판결로 철도공사의 역무 계약직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여승무원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용자가 아니므로 법적 책임이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해 온 철도공사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쥐었기 때문이다. 철도 노사는 그 동안 여승무원을 역무 계약직으로 고용해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놓고 협의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사측이 돌연 태도를 바꿔 “투쟁에 동참하지 않았던 다른 여승무원들에 대한 역차별의 소지가 있다”며 협의를 중단했다. 이에 대해 여승무원들은 이날 서울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의 판결은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주장하는 우리 요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사측은 투쟁 중인 여승무원 80여명을 모두 역무 계약직으로 고용하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일환 기자 kev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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