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해체 위기로 불안하게 시작한 2007프로야구는 ‘비룡군단’ SK의 천하통일로 끝났다. 승천하는 용의 여의주 역할을 해낸 김성근 감독은 시범경기, 정규시즌,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트리플크라운은 해태(93년), 현대(98년), 삼성(2002년)에 이어 역대 네 번째다.
SK는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면서 야구팬을 먼저 생각하는 행복한 야구(Fan First, Happy Baseball)을 강조했다. 재미있는 야구 스포테인먼트(sportainment)를 앞세운 SK는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프로야구는 현대 사태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SK의 돌풍에 힘입어 11년 만에 관중 400만 시대를 열었다.
SK는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2연패 뒤 4연승이라는 대역전극으로 지난 2000년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했다.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에서는 예선에서 일본시리즈 우승팀 주니치를 6-3으로 격파해 한국야구의 자존심을 살렸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고졸 신인 김광현의 호투를 앞세운 SK의 승리는 한국이 코나미컵에서 일본 프로야구 우승팀에 거둔 첫 승이었다.
SK는 인천야구팬의 발길을 야구장으로 돌리면서 관중수입 100% 증가와 관중 증가율 98%를 기록했다. 서비스 품질지수 1위 기업으로 선정된 SK는 스포츠산업대상 최우수상을 받는 등 각종 상을 싹쓸이했다.
스포테인먼트가 모기업 홍보에 안주하는 프로스포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프로야구는 올해 최희섭과 서재응 등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해외파가 대거 복귀하면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최희섭은 KIA의 간판타자로 우뚝 섰고, 이승학과 송승준은 각각 두산과 롯데 선발진에 합류했다. 최근에는 서재응까지 KIA에 입단하면서 해외파의 한국 복귀가 야구팬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현대 사태로 골머리를 썩었던 2007프로야구는 얽힌 실타래가 풀리듯 KT라는 구원투수를 만났다. 현대 해체 후 신생팀 창단이라는 밑그림을 그린 KT는 통신업계 맞수 SK와 경쟁구도를 형성, 내년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도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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