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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 시정감시팀 '총성없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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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거래소 시정감시팀 '총성없는 전쟁'

입력
2008.01.02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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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작전세력 더 활개, 뛰는 자위에 나는 자 있죠"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 건물 15층에 자리잡은 시장감시본부. 증시폐장일이라 그야말로 ‘파장’ 분위기일 법한테, 여기는 좀 다르다. 긴장감마저 느껴진다.

증권선물거래소 시장감시본부는 속칭 30여명의 감시요원들이 ‘작전세력’과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는 현장이다.

모니터를 응시하던 경력 6년차 서호석(34)대리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시장감시시스템에 코스닥 K사가 ‘이상매매’ 종목으로 포착된 것.

주가차트를 확인했더니 주가는 이미 상한가다. 곧바로 공시와 뉴스를 확인하자 바이오산업 진출 공시가 떠 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테마중의 하나다.

그런데 주가가 공시 10여일 전부터 슬금슬금 오른게 왠지 꺼림직하다. 퍼뜩 ‘기업 내부자들이 공시발표 전 주식을 미리 사놓았을것 같다’는 판단이 뇌리를 스친다.

최근 1개월간 거래상위 20개 계좌를 봤더니 아니나 다를까 대부분 강남 인근이었다. 아무래도 정상적인 거래로는 볼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아직까지는추정일 뿐이다. 예의 주시하며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시장감시팀에게 연말과 연초는 오히려 ‘끔찍한 계절’이다. 뒤숭숭한 분위기를 틈 타 각종 테마가 형성되는데다, 이를 악용해 작전 세력들이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1인당 10여개 종목을 집중감시하지만 연말연초만 되면 업무량이 2배정도 늘어난다. 서대리는 “하루에만 감시본부가 대략 300개 종목을 집중감시하고 있지만 연말·연초는 테마주 광풍이 불기 때문에 힘에 부친다”며 “테마주에는 항상 작전 세력이 덫을 놓고 개미(개인투자자)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감시요원들을 더욱 힘들게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뛰어난 IT(정보통신)기술. 몇 년 전만해도 투자자들이 주문서에 손수 내용을 기재하는 방식이어서 작전세력들도 농간을 부리기 힘들었지만, 이제는 한사람이 한대의 컴퓨터에서 수십개의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켜 놓고 주문을 낼 수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

최근에는 다단계 조직까지 동원해 시세를조정하는등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하지만 뛰는자 위에 나는자 있는법. 감

시 요원들도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시장감시시스템’으로 작전 세력들을 들여다 본다.

이 시스템은 거래량, 주가 변동성 등으로 이상 징후가 있는 종목을 자동적출해 줄 뿐만 아니라 인터넷IP를 추적해 동일계좌 여부까지 뽑아 낸다.

최근에는 작전 세력들이 IP추적을 당하지 않으려고 인터넷 서비스업체를 다양화하는 꼼수를 쓰고 있지만, 이시스템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요즘 시장감시본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기업들의 허위·과장공시. 기업들이 공공연하게 자원개발이나 신재생에너지 등 미래 성장산업에 진출한 것처럼 공시를 내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 보면 실체가 없거나 과대 포장된 게 대부분. 얼마 전에도 한 업체가 외국에서 광산사업권을 딴 것처럼 공시를 냈지만, 다양한 경로를 통해 알아 보니 광산 사업권을 딸 수 있는 권리정도를 얻은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불성실 공시는 코스피 보다는 코스닥에서 더 난무한다. 코스피의 불성실 공시는 지난해 25건에서 올해 17건으로 줄었지만, 코스닥은 53건에서 92건으로 급증했다.

김현철 1팀장은 작전세력을‘기생충’에 비유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아직까지 근거없는 루머를 맹신하면서 대박을 노리는 경향이 짙다 보니 작전세력이 기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 일부 투자자들은 기업이 내세운 사업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주가만 오르면 된다는 생각으로 폭탄 돌리기를 합니다. 그런데 탐욕이 있는 곳엔 항상 작전세력이 있기 마련이죠. 새해에는 장밋빛 미래만 있는 테마주에 솔깃하기 보다는 정석투자로 좋은 성과를 얻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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