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친기업 모드에 대해 재계가 투자확대와 일자리 늘리기로 화답하고 있다.
28일 이 당선자와의 오찬 간담회를 전후해 삼성, 현대ㆍ기아자동차 등 주요그룹들은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보다 크게 늘리겠다며 경제 회복에 재계가 주도적으로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기업들의 얼어붙은 심리가 풀리면서 투자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고 반기고 있다.
4대그룹이 잠정 공개한 내년 투자규모는 최소 54조원을 넘는다. 이는 올해보다 14조원 이상 증가한 것으로 경제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는 규모다. 다른 그룹들까지 합하면 늘어날 투자액이 20조원을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들은 투자확대에 따른 채용확대가 내년 상반기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가장 적극적이고 빠른 ‘정답’을 내놓았다. 정몽구 회장은 간담회에서 유일하게 숫자까지 공개하며 투자증액 의지를 밝혔다. 정 회장은 “자동차 연구개발(R&D)에 3조5,000억원을 비롯해 그룹 전체의 내년 투자규모가 11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올해 투자목표 7조원에 비해 무려 4조원이 늘어난 것으로 공격 경영을 펼칠 것임을 실감케 하고 있다.
삼성은 아직 투자계획을 확정 짓지 못했으나 올해보다 3조원 이상 늘린 25조원 안팎의 투자를 집행할 방침이다. 삼성 관계자는 “새 정부의 경제살리기 정책에 적극 호응한다는 면에서 투자규모 확대를 검토 중”이라며 “올해보다 3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은 올해 600대기업 총 투자액(80조원)의 25%를 넘는 21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LG의 구본무 회장도 투자 증액을 다짐한 것으로 전해졌다. LG 측은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 7조원보다 3조원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영실적이 대폭 호전된 LG필립스LCD, LG화학 등 일부 계열사는 올해보다 두 자릿수 이상의 투자 확대를 추진키로 했다.
SK는 해외자원과 에너지 개발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공세를 할 예정이다. 최태원 회장도 해외자원 개발을 위한 경제 외교 분야에서 정부의 적극 지원을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SK는 투자를 올해 7조원에서 내년 8조원으로 늘리고, 이 중 1조3,000억원을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입키로 했다. 나머지는 정보통신 3세대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ㆍ화학시설의 고도화에 쏟아 붓기로 했다.
포스코는 내년 투자를 올해 5조9,000억에서 7조원 가량으로 증액하는 경영계획을 짜고 있다. 특히 베트남과 인도의 제철소 사업에 매진하고,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대책도 마련키로 했다.GS는 내년에 올해 2조3,000억원보다 조금 증가한 2조5,000억원을 중질유 분해시설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금호아시아나의 내년 투자는 올해 2조2,760억원보다 28.3% 늘어난 2조9,200
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박삼구회장은 하지만“대선 이후 전체 그룹 투자계획을 상향 재조정하는 방안을 추가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 당선자에게“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을 위해 관광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정부차원의 지원도 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내년에는 해외 M&A도 활발히 하면서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했다. 한화는 내년 투자규모를 올해보다 100% 늘린 2조원대로 잡고 있으나, 해외지분투자는 별도 진행키로 해 실제 투자액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이태규 기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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