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이명박 당선자와 첫 만남을 가진 재계 총수들은 친기업적인 새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 관계가 구축됐다며 반기는 표정이 뚜렷했다. 특히 재계는 이날 오찬회동에 대해 “친기업적인 이 당선자와 재계 총수간 무언의 신뢰가 형성된 것이 가장 커다란 소득”이라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해외 출장중인 김준기 동부 회장 등 일부 총수들은 제외한 주요그룹 총수들이 대거 참석했다. 이건희 삼성,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구본무 LG, 최태원 SK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을 포함, 20여명의 총수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것.
총수들은 한결같이 투자확대 계획을 밝히며 이 당선자의 경제활성화 의지에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시간에 맞춰 입장한 이 당선자 역시“기업인 얘기 많이 듣고 투자 많이 해달라고 요청하러 왔다”면서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당선자는 간담회가 열린 대회의실에 입장해 재계 총수들에게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그는 정몽구 회장에게 “여수 엑스포 유치하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치하했으며, 김승연 한화 회장에게는 “요즘 (사회봉사활동) 열심히 하시던데요”라며 말을 건네기도 했다.
이 당선자와 총수들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전경련 관계자는 전했다. 이 당선자와 사돈관계인 조석래 전경련 회장은“경제계와의 대화에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하다”며“국민들이 가장 원하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위한 정책제안을 언제든지 받아들일 준비가 돼있다”며 “정책제안에 대해서는 오전에 제안을 주면 오후에 답이 갈 수 있도록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화답했다.
오전 11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된 간담회에서는 간간히 큰 웃음소리도 새어 나왔다.
간담회에 배석한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20대 그룹 총수 모두가 돌아가면서 발언을 했다”며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고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전했다. 간담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그룹 총수들의 표정은 입장할 때보다 한층 밝았다.
조석래 회장은“언제든지 힘을 합하되, 서로 정경유착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다른 정부가 출범해도 후퇴하지 않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조양호 한진 회장은 “간담회에 참석한 기업인들도 존경받는 기업이 되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의 정부 초기 빅딜을 통해 현대그룹에 반도체사업을 넘긴 후 회장단 회의에 줄곧 불참해온 LG 구본무 회장이 8년만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을 모았다. 유화업체인 여천 NCC의 공동경영을 둘러싼 갈등으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는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과 한화 김승연 회장도 회의 시작 전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여 모종의 화해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전경련은 그 동안 4대그룹 총수들의 불참으로 썰렁했던 회장단 회의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참여정부가 재계의 대화 파트너로 대한상의를 간택하는 바람에 위상이 추락했던 전경련의 역할도 다시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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