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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30년대 모던 보이와 모던걸 새해 스크린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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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30년대 모던 보이와 모던걸 새해 스크린 접수

입력
2008.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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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뽀이'와 '모던걸'들이 몰려온다.

로코코 풍의 신식 건물 앞을 지나는 인력거, 동정을 곱게 다린 한복 차림 여인과 패셔너블한 모자를 쓴 단발 신여성, 동그란 알이 달린 안경에 콧수염을 기른 중절모 신사, 백열등 조명 아래 퇴폐적 분위기를 뿜어내는 재즈 선율…. 1930년대의 조선이 스크린 위에 되살아 난다.

<라듸오 데이즈> (감독 하기호), <원스어폰어타임> (감독 정용기), <모던보이> (감독 정지우), <좋은 놈, 나쁜 이상한 놈> (감독 김지운) 등 1930년에서 1940년대 초까지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새해 줄지어 개봉한다.

■ 2008년 스크린 물들이는 1930년대

1월 31일 개봉하는 류승범, 김사랑 주연의 <라듸오 데이즈> 는 조선 최초의 라디오 방송국을 배경으로 한 코미디 영화. 시대적 배경의 무거움을 덜어내고 유쾌하게 웃을 수 있는 소재로 1930년대의 라디오 드라마 제작 소동을 선택했다.

같은 날 개봉하는 <원스어폰어타임> 은 일본에 빼앗긴 석굴암의 3,000캐럿짜리 다이아몬드를 찾아 떠나는 액션 모험극인데, 언뜻 독립투사의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지만,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한 사기꾼과 도둑이 주인공이다. 박용우, 이보영 주연.

상반기 개봉 예정인 <모던보이> 는 부유한 아버지 덕에 희희낙락 살아가는 팔자 좋은 바람둥이 이야기. 이지형의 소설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가 원작으로 박해일, 김혜수가 주연했다.

이 발칙한 모던보이는 데카당한 매력의 재즈 댄서를 유혹하기 위해 인생을 건다. 여름에 개봉할 <좋은 놈, 나쁜 이상한 놈> 은 아예 서부극을 표방한다. 제목도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주연한 <석양의 무법자> (1966년)의 원제목(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에서 따왔다. 1930년대 광활한 만주벌판을 배경으로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장쾌한 '만주 웨스턴'을 펼쳐 보인다.

■ 왜, 지금, 1930년대인가

각기 다른 장르에,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들 영화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영화의 '보물창고'로 떠오른 1930년대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매우 독특하고 중요한 시대다. 일제에 의한 강제적 근대화가 시작되는 1910년 언저리에 태어난 이들이 모더니티의 세례를 받으며 성장해 성년이 되는 첫 시기로, 이들은 이전 세대들에겐 경이로운 신문물이었던 기차, 카페, 백화점 등을 일상으로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1910~20년대의 모더니티가 이식되고 학습된 모더니티라면, 1930년대는 처음으로 일상에 의해 내재화된 모더니티가 발현되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던했던 '진짜 근대인'들이 등장하는 시대다.

<모던보이> 의 정지우 감독은 "1930년대는 현재와 비교해도 전혀 동떨어지지 않는 도시적이고 현대적인 감수성을 지닌 젊은이들이 나타난 굉장히 이례적이고 특이한 시대"라며 "상대적으로 고도화된 발달의 시대를 배경으로 다양한 감성과 입장을 가진 인물들을 다룰 수 있다는 점이 매혹적이었다"고 말했다.

<라듸오 데이즈> 의 김상민 프로듀서는 "역사적으로 그 시기는 1933년 최초로 시작된 조선어 라디오방송 등 새로운 문화들이 쏟아져 나온 시기"라며 "덕분에 영화 속에서 사용된 대사 톤이 현재의 언어와 똑같을 정도로 현대적인 느낌으로 만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식민지 체제의 고착화로 인한 이 시기의 데카당스(퇴폐주의)도 영화에는 매력적이다. 경성 거리에서는 이미 일본어가 조선어처럼 자연스레 쓰였고, 독립보다는 식민지 백성으로서 먹고 사는 문제가 앞자리를 차지한다.

193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 변절과 친일이 대세를 이룬다. 이 틈에 만연한 세기말적 퇴폐는 스타일리시한 이미지로 변환돼 영화로 만들기에 더없이 매혹적인 재료. 올해 여름 개봉한 <기담> (감독 정가형제)에서 이 이미지가 자아내는 이국적 매력이 확인된 바 있다. TV드라마 <경성 스캔들> , 연극 <다리퐁 모단걸> 처럼 이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서사물이 쏟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씨는 "1930년대는 근대적 생활양식과 풍속, 매체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시기로 오늘날의 삶의 원형에 가깝다"며 "억압과 착취의 암울한 반봉건 상태만을 식민지 시대로 생각하던 데서 벗어나 현대적 삶의 제 양식이 확립된 시기라는 역사적 사실을 문학과 영화 등이 사회과학보다 발빠르게 포착해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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