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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크리스털 반짝 반짝… 남자의 옷에도 별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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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크리스털 반짝 반짝… 남자의 옷에도 별이 뜬다

입력
2008.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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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일 다음날인 26일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 4층 남성복 매장. 새해 선물을 고르는 사람들의 시선이 찬란하게 빛나는 넥타이에 가서 멈추고 있다. 넥타이 전체에 반짝이는 크리스탈을 흩뿌려놓은 것부터, 꽃이나 나비 문양에 노랑과 빨간색 크리스탈을 촘촘히 박은 것까지 반짝이 일색이다.

드레스셔츠 브랜드 예작의 매장 직원은 “남자들은 반짝이에 거부감이 있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여자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넥타이 뿐 아니라 셔츠, 청바지, 재킷에 이르기까지 남성패션에서 크리스탈의 선전이 눈부시다. 다이아몬드의 광채에, 싼 가격의 실용성까지 겸비한 이 매력적인 보석을 이제 남성들도 탐하게 된 것일까.

패션디자이너 김규식씨는 지난달 열린 스파컬렉션에서 뒷포켓이며 옆선에 크리스탈을 촘촘히 박은 청바지들을 대거 선보여 주목받았다. 올 여름 시장 테스트 삼아 내놓은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 부착 티셔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남성들의 호감도를 파악한 것이 배경이다.

“단골 고객들이 하나씩은 다 샀다고 할 만큼 반응이 좋았어요. 남자도 크리스탈을 좋아할 수 있다는 생각을 전에는 왜 못했을까 싶어요. 일러스트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는데 크리스탈을 박으니 꽉 찬 듯한 느낌이랄까요. 내년엔 크리스탈 제품 비중을 대폭 늘릴 계획입니다.”

올해 남성복 영역에서 크리스탈의 급부상은 패션계를 점령한 미니멀리즘 트렌드의 덕이 크다. 색상과 디자인, 장식 모두에서 단순함과 절제된 세련미를 추구하는 것이 유행이지만 필연적으로 밋밋해지는 옷차림에 포인트를 줄 만한 뭔가가 요구된 것. LG패션 마에스트로의 유민우 MD는 “미니멀한 남성복으로는 개성 표현에 한계가 있다는 것 때문에 셔츠나 타이에 반짝이는 금사, 은사를 섞거나 크리스탈을 부착한 제품들이 급부상했다”고 설명한다.

찬란한 광채가 주는 부유층 이미지도 한몫한다. 김규식씨는 “구매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크리스탈이 박힌 제품이 감각적이고 또 ‘부티’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한다”고 귀띔했다.

여성복에서 반짝이는 골드 아이템들이 인기를 얻는 것과 같은 이유이지만, 남성의 경우 골드를 사용할 만한 액세서리가 거의 없는데다 색상면에서도 황금색보다는 크리스탈이 부담감 혹은 거부감이 덜하다고 볼 수 있다.

세계적인 크리스탈 업체 스와로브스키 한국지사가 지난해부터 강도높게 펼치고 있는 소비자 캠페인도 남성들을 빛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 회사 소재사업부 윤혁민 과장은 “남성복에 크리스탈이 부착되기 시작한 것은 2004년 찰스주르당에서 내놓은 셔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지만,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우리 제품을 이용하는 업체에는 ‘크리스털라이즈드’라는 일종의 인증상표를 줘서 패션제품에 부착할 수 있게 했는데 이것이 크리스탈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을 크게 끌어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소재부문 매출액이 100% 신장됐다.

크리스탈 제품의 주요 소비자는 의류의 경우 20~30대가 압도적이다. 반면 올해 최고 히트상품인 넥타이는 30대후반에서 40대까지의 선호가 훨씬 높다. 롯데백화점 본점 아큐아스쿠텀 매장 직원 박윤미씨는 “전체 넥타이 판매의 80%를 크리스탈을 박은 제품이 차지한다”며 “중년층일수록 많이 찾고 더 화려한 것을 좋아한다. 젊은층은 심플하게 한 줄 혹은 사선 무늬에 살짝 덧입힌 정도를 찾는다”고 말했다.

크리스탈의 남성패션시장 점령은 얼마나 진행될까. 스와로브스키 윤 과장은 “마트에 들어가는 브랜드들까지 크리스탈을 쓰는 추세라 시장은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찬라크르와옴므, 빈폴옴므, 로가디스, 레노마, 닥스, 피에르가르뎅, MCM 등 많은 업체들이 이 회사의 인증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스타일리스트 출신 주얼리디자이너 박혜라씨가 내놓은 남성용 브랜드 HR도 크리스털을 주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크리스탈이 확산되는 근저에는 일반의 편견과는 달리 ‘멋을 한껏 낼 수 있으면서도 착용했을 때 결코 쑥스럽지 않다’는 안도감이 깔려있다. 파코라반 매장의 한 직원은 “화려한 색상이나 꽃무늬, 다양한 주름 장식 등 ‘메트로섹슈얼’이나 ‘완소남’ 패션의 장식들은 과도하게 시선을 끄는 반면 크리스탈은 세련된 느낌을 주면서도 야하게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판매용 멘트라지만, 그냥 흘려듣기에는 설득력이 있는 말이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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