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감하는 구랍 31일 국회에 법안 하나가 제출됐다. 의안과를 찾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2주 전 본회의를 통과한 소위 ‘이명박 특검법’을 뜯어 고치자는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특별검사 수사대상에서 도곡동 땅, 다스 지분, 상암 DMC는 빼고 BBK만 다루자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하지만 이것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대선 직전 이명박 당선인이 특검법을 전격 수용했던 사실에 비춰봐도 그렇지만, 개정안을 낸 한나라당의 인식에 문제가 적지 않다는 느낌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헌재에서 헌법 소원 등을 심사할 때 개정안이 영향을 주고, 특검 활동도 위헌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 고려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특검법에 위헌성이 있다, 없다는 주장은 나름의 논리가 있는 만큼 주장이야 얼마든지 펼 수 있다. 그러나 입법권이 있다고 해서, 대통합민주신당측이 동의해줄 리도 없는 개정안을 발의해 사실상 헌재를 압박하겠다는 발상은 오만해 보인다. 위헌이라고 생각한다면 여론에 호소하고 헌재라는 무대에서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이면 그만이다.
특검에 대한 정치적 접근은 신당도 마찬가지다. 신당은 대선 직전 특검법 처리를 강행했고 겉으로는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대선 참패 직후부터는 “특검에서도 이 당선인이 ‘혐의 없음’으로 나오면 총선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미치니 차라리 폐기 법안을 내자”는 주장이 많아지고 있다. 정치상황 변화에 따른 기회주의적 행태다.
정치에 대한 혐오는 정치권이 법을 우습게 아는 데서 비롯되는 바가 크다. 이번 특검을 둘러싼 공방도 그렇다. 새해에는 법이 정략에 춤을 춰 희화화 되는 모습을 다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거야 말로 진짜 정치 발전이다.
정치부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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