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방송 겸업이 차기 정부에서 허용될 가능성이 커 언론계에 파장이 일 전망이다. 신문 방송 겸업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 미디어 정책 중 하나로 한나라당 홍보기획본부장인 정병국 의원도 26일 평화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시민ㆍ언론단체들은 여론의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가 크다며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뜨거운 논란이 예상된다.
신문의 방송 겸업 어떻게
한나라당 정병국 의원은 신문ㆍ방송 겸업 범위와 관련, 케이블방송과 IPTV 등에만 허용하고 지상파 방송은 계속 규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윤식 강원대 교수는 “케이블, 위성TV 등에서 보도전문채널이나 종합편성채널을 소유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지상파를 소유하는 것에 비해 사회적 저항도 적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신문사들이 지상파에 참여하고픈 욕구는 있겠지만 자본의 여력이 있는 신문사가 얼마나 되겠느냐”며 “지상파에 대한 겸업이 가능하려면 대기업 자본과 컨소시엄 형태가 돼야 하는데 대기업 참여를 허용할 경우 여론의 저항이 심해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조중동 등 메이저 언론사들의 실제 목표는 보도전문, 종합편성 채널 소유로 시작해 KBS2TV와 MBC 민영화 논의에서 지분 참여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겸업, 황금알을 낳을까?
신문사의 경우 새로운 활로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광고에 대부분의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 상황 등 주변 환경이 더 이상 신문만으로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호순 순천향대 교수는 “신문 방송 겸업이 침체에 빠진 한국의 언론산업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방송산업은 초기 자본이 많이 요구되는데다가 채널이 포화상태이고 시장이 협소해 신문사 생존의 대안으로 자리잡기는 불확실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손태규 단국대 교수는 “방송 채널시장이 포화 상태라 너무 늦은 감이 있다”며 “수익을 얻기 위해 지상파와 같은 규모의 경제가 되려면 대기업 자본에 신문사가 잠식될 우려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미디어 산업의 전반적인 경영 현황을 알 수 있도록 지표화하고 인수ㆍ합병을 통한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윤식 교수는 “현 시점에서 수신료와 구독료 모두 인상해야 한다”며 “신문과 방송사업자들이 지나치게 많은데 비해 수익모델은 거의 없어 M&A 등의 방식으로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현황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18일 20개 대도시에서 신문과 방송 겸업을 허용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FCC의 허용방침에 야당인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어 당장 실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겸업 허용이 대세인 것만은 분명하다. 일본은 이미 요미우리, 아사히, 니혼게이자이 등을 포함한 신문사들이 지상파 5개사를 겸업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일반적인 추세다.
국내 신문사의 경우 채널사업자(PP)에 대한 인수 및 지분 참여를 함으로써 방송 사업에 진출했다. 그러나 방송법에 의해 보도가 금지된 상태며, 소유 제한도 있어 실질적인 겸업은 할 수 없는 상태다. 중앙일보사는 자회사인 중앙방송을 통해 규제 완화 시 ‘종합미디어그룹’으로 발돋움 할 계획이라고 알려졌으며, 조선일보, 머니투데이, 연합뉴스 등의 언론사도 방송 채널을 운영하거나 프로그램 공급(CP)의 역할을 하고 있다.
남은 과제들
신문법, 방송법 등의 개정이 뒷받침 돼야 한다. 방송통신융합기구의 출범도 고려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여야의 극심한 대립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또 자금력의 차이로 언론사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고착화될 우려도 높다. “살아 남지 못한 신문은 도태돼야 한다”는 정병국 의원의 말처럼 공적 가치의 뉴스 전달과 여론 형성이 시장 논리로 전락할 우려도 있다.
‘여론독과점’ 현상에 대한 사회적 찬반 논란도 거세질 전망이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신문 방송 겸업은 어떤 형태로든 여론 독과점을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며 “특정한 이념과 정치성향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일이 가능해져 민주주의의 근간인 여론의 다양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장호순 교수는 “시장점유율을 제한하거나, 동일지역에서만 겸업을 불허하는 등 여론독과점 예방장치를 충분히 둘 수 있다”며 “신문과 방송의 겸업을 전국 모델로만 보면 안 되며 해당 지역별로 세분화하면 독과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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