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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포인트가드' 제스처에 코트는 춤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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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포인트가드' 제스처에 코트는 춤춘다

입력
2008.01.02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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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의 유도훈 감독이 오른 주먹을 불끈 쥔다. ‘코트의 감독’ 주희정도 유 감독과 같은 제스처를 취한다. 챈들러와 커밍스 두 용병이 포스트로 수비수들을 유인하는 동안 주희정은 파고들다가 우측 3점슛 라인 밖에 있던 양희종에게 볼을 내준다.

양희종이 던진 볼은 예쁜 포물선을 그린 뒤 림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KT&G의 패턴플레이, 약속된 작전은 이렇게 이뤄진다.

농구에서 정규작전타임은 전반 2개, 후반 3개로 제한돼 있다. 시도 때도 없이 타임아웃을 부를 수 없는 노릇이다. “3점슛 주지마” “가만 있지 말고 움직여” 정도는 감독이나 코치가 목청을 돋우면 되지만 패턴플레이는 말로 지시하면 곤란하다.

말 없이 수신호로만 의사소통을 해도 상대 전력 분석원은 귀신 같이 패턴플레이를 간파하는 마당에 ‘입’을 여는 것은 이적행위나 다름 없다.

포인트가드는 포수

포인트가드는 야구의 포수와 비슷한 포지션이다. 감독이 포수에게 사인을 내면 포수는 나머지 야수들에게 수신호로 전달한다. 포수의 수신호는 수비 포메이션, 주자 견제, 볼 배합 등을 담고 있다.

포인트가드도 마찬가지다. 포인트가드는 경기 중에 수시로 벤치를 쳐다보며 감독에게 사인을 받는다. 가령 포인트가드가 머리를 만지면 포스트 공격, 손가락 세 개를 펴면 패스게임의 의한 외곽 공격이 펼쳐진다. 이밖에도 이마, 귀, 코 등 얼굴의 대부분이 수신호를 위한 도구가 된다.

수신호에는 비디오 분석

포인트가드와 동료 선수들이 수신호로 사인을 주고받는 동안 상대는 그 장면을 비디오에 담는다. 가령 SK 김태술이 손가락 하나를 폈을 때 오버로드 공격(한쪽으로 4명을 몰아 놓고 맞은편에서 1대1 공격을 펼치는 전술)을 한다면, 상대는 한두 번 당하고 나면 사인을 간파한다. 경기 중에도 수시로 비디오 분석원이 벤치로 메모를 보내기 때문이다.

패턴이 노출됐다 싶으면 얼른 작전을 바꾼다. 손가락 네 개를 폈을 때 왼쪽으로 돌며 찬스를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반대로 움직인다. 파울로 잠시 경기가 중단됐을 때 같은 팀 선수들끼리 한 데 모이는 것은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다.

기본 10개, 최고 30개

연습 때 각 팀은 30개정도의 패턴플레이를 준비한다. 한 경기가 끝나고 나면 다음 경기를 위해 1,2개의 새로운 패턴을 집중적으로 연마한다.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 자주 사용하는 패턴플레이는 10개 안팎. 너무 많으면 선수들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금호생명 이상윤 감독은 “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많게는 30개 이상 패턴플레이를 갖고 있는 팀도 있다. 나머지 선수들도 물론이지만 특히 포인트가드는 감독의 사인 이해도가 높아야 실전에서 혼란이 없다. 작전타임 때 포인트가드만 따로 불러서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squeez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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