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넘게 영화 <올드보이> 주인공처럼 아침에 만두만 씹어먹었다. 시장조사 및 영업 워밍업을 위해 베이징(北京)과 텐진(天津) 등의 기업체를 두 달 동안 발이 닳도록 다녔지만 돌아오는 답은 '넌 누구냐' 였다. 올드보이>
장사는 흥정이 기본인데 금리(예금이자 3.4%)까지 꽉 묶여있으니 호객 수단도 없었다. 야근이라도 시키면 현지 남자 직원들은 "집에 밥 지으러 가야 한다"고 불평했다. 눈 앞이 깜깜했다.
#먼저 중국을 알아야 했다. 명품 등 선물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기호에 맞춰 리스트를 뽑았다. 헬스장 1년 회원권과 주차장 이용권 등 값나가는 선물은 VIP 고객에게, 숟가락과 가방은 일반 고객에게 예금가입 보답으로 선물했다.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보증인을 내세워야 하는 중국 금융 시스템 원리에 착안해 연인을 소개해주고 서로 보증을 해주는 방식도 구상했다. 이는 우리나라 프라이빗뱅킹(PB)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맞선 주선 서비스의 '중국 버전'인 셈이다.
남녀 비율을 기계적으로 5대 5로 맞추던 채용방침도 버렸다. 가정적인 중국 남성을 대신해 강인하고 책임감 있는 여성 직원의 비율을 늘렸다.
중국의 금융서비스에 현지인의 불만이 많다는 점도 포착해 친절을 금과옥조로 여겼다. 차츰 예금이 늘기 시작했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눈이 밝아졌다.(정해진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북경 분행장)
27일은 하나은행의 중국 현지법인 설립단에겐 감회가 새로운 날이다. 개점식을 통해 본격적인 중국 진출의 신호탄을 쏘았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엔 김종열 하나은행장 등이 참석해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의 출발을 축하하고, 현지화에 매진하고 있는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납입자본금 20억위안(2,600억원)으로 설립해 24일 영업을 시작한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무엇보다 '동북3성'공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신설 영업점인 베이징 분행 및 본점 영업부, 기존 영업점에서 전환한 상하이, 선양, 칭다오, 옌타이 분행 등 총 7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현지법인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따라 운영된다.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현지법인의 사장과 부행장, 감사 등을 중국 금융계 인사로 영입했고, 국내 파견 인력은 최소화하는 대신 현지 직원을 대거 채용해 지역 밀착, 고객 밀착 경영을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부유층 고객인 거부(巨富)를 상대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영업에 주력할 계획이다. 최종석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 은행장은 "국내 고객만족도 최고 은행의 명성에 걸맞게 중국에서도 최우수 고객만족 외국계 은행으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현지법인 설립과정에서 습득한 현장 노하우와 영업 전략도 접목한다.
서울과 신의주, 동북 3성을 연결하는 '신(新) 실크로드' 구상도 있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그룹은 7일 중국 지린(吉林)은행과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한 뒤 지분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김종열 하나은행장은 "2012년까지 중국 전역에 40여개에 달하는 네트워크를 구축, 현지인 대상으로 소매금융을 확대해 수익성 1위의 외국계 은행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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