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沖繩) 주민의 집단자결에 대한 교과서 기술 문제와 관련, 일본 정부는 26일 교과서에서 삭제했던 ‘일본군의 관여’ 기술을 부활시켰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이날 6개 교과서회사가 제출한 교과서 검정 정정 신청을 모두 승인했다. 이로써 ‘일본군에 의해 집단자결에 몰렸다’는 등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자결에 일본군이 관여했다는 것을 명기한 기술이 다시 살아나게 됐다.
일본 정부는 ‘일본군이 집단자결을 직접 명령한 자료는 발견하지 못했다’는 기존의 검정의견은 고수했다. 대신 일본군이 주민들에게 자결용 수류탄을 배포하고, “미군의 포로가 되지말라”고 교육하는 등의 당시 정황에서 ‘일본군의 관여 없이는 집단자결이 일어나기 어려웠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 정정 신청에 응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신학기부터 사용하는 일본사 교과서 검정에서 ‘오키나와 전쟁의 실태에 대해 오해할 우려가 있는 표현’이라는 이유로 ‘일본군에 의해’ 주민들이 ‘집단자살’에 몰렸다는 그동안의 기술에서 ‘일본군에 의해’를 빼도록 해 파문을 일으켰다.
오키나와 주민들은 즉각 “역사 왜곡”이라고 반발하며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는 등 강력한 검정 철회 운동을 펼쳤다. 오키나와 현민이 총 궐기하는 등 상황이 악화하자 부담을 느낀 일본 정부는 결국 교과서 회사의 정정 신청에 응하는 방식으로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번 수정은 그동안 “교과서 검정 결과는 전문가들의 판단에 의해 이루어 지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할 수 없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실제적 개입을 통한 재수정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과거사를 미화ㆍ왜곡하는 교과서 검정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 됐다. 일본 정부는 지난번 교과서 검정에서 한국과 북한, 중국에 대한 과거사 관련 기술을 수정하라는 검증 의견도 많이 제시한 바 있어 역사 왜곡에 직접 개입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이번 수정은 또 그동안 기세를 올렸던 보수 우익 세력의 과거사 미화 왜곡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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