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의 차기 회장에 후쿠치 시게오(福地茂雄ㆍ73) 아사히맥주 상담역이 선임됐다. 외부 인사가 NHK 회장에 취임하는 것은 1988년 미쓰이(三井)물산 출신의 이케다 요시조(池田芳藏) 이후 20년만으로, 일본 사회가 찬반 양론으로 뜨겁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측이 KBS 2TV를 NHK처럼 시청료에 의지하는 순수공영방송 체제로 변화시키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NHK의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한 개혁 추진이 한국의 방송구조 개편 및 개혁 방향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고모리 시게다카(古森重降ㆍ후지필름홀딩스 사장) NHK 경영위원회 위원장은 25일 후쿠치 상담역을 임기 3년의 차기 회장으로 선출하면서 “대기업 경영자로서 실적도 있어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NHK 개혁을 최우선 한 선택이었음을 강조했다.
내년 1월 25일 취임하는 후쿠치 회장은 두자리수 이상의 시청료 인하와 방만한 자회사의 경영 효율화, 국제방송 강화 등 과제를 놓고 싸워야 한다. NHK는 직원들의 불상사와 정치외압에 의한 프로그램 변경 등으로 개혁 압박을 받아왔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정부 때는 조직 축소 등 시장경제적 측면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정부 하에서는 NHK에 대한 국가 통제 강화를 중심으로 개혁이 추진됐다.
그러나 새 회장 선출 과정과 NHK 개혁 방향을 둘러싸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같은 재계 출신으로 막역한 사이인 후쿠치 상담역 선임을 밀어붙인 고모리 위원장에 대해 “개혁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NHK의 감시역인 경영위원회 위원장과 집행부 회장이 밀착해 긴장 관계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공영방송의 개혁이 시장원리의 잣대로만 추진되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이 많다. 한마디로 경제 논리가 우선할 경우 교양 프로그램이 자취를 감추는 등 편향된 방송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청료가 10% 이상 인하되면 방송의 질 저하는 피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NHK 내부에 확산되고 있다.
1934년 기타규슈(北九州)시에서 출생한 후쿠치 신임 회장은 나가사키(長崎)대 경제학부를 졸업했으며, 아사히맥주의 사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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