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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심포니 부지휘자 성시연씨 국내무대 데뷔/"성차별보다 동양인에 대한 벽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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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심포니 부지휘자 성시연씨 국내무대 데뷔/"성차별보다 동양인에 대한 벽 느껴"

입력
2007.12.26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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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지휘자 가운데 동양인은 몇 명 안된다. 정명훈을 포함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이보다 더 적은 것은 성공한 여성 지휘자의 숫자다. 마린 앨솝이 미국 메이저 오케스트라 사상 첫 여성 음악감독이 된 것이 불과 2년 전이다. 그런 점에서 동양인과 여성이라는, 두 가지 핸디캡을 교집합으로 가진 지휘자 성시연(32)씨의 존재는 더욱 빛난다.

2006년 게오르그 솔티 지휘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2007년 구스타프 말러 지휘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를 차지한 성씨는 지난 10월부터 미국의 5대 교향악단 중 하나인 보스턴 심포니의 부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감독 제임스 레바인이 “사운드와 컬러에서 표현력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성씨를 발탁하자, “보스턴 심포니의 역사가 바뀌었다”고 떠들썩했다. 120년이 넘는 역사상 첫 여성 지휘자의 등장이었기 때문이다.

한국 데뷔 무대를 위해 귀국한 성씨는 “서양 언론들은 제 이름 앞에 항상 ‘조그마한 동양 여자’ 라는 말을 붙여요. 164㎝면 한국에서 작은 키는 아닌데…”라며 밝게 웃었다. 성씨는 다음달 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향을 지휘해 슈만 피아노 협주곡(협연 세르히오 티엠포)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

성씨는 여자보다는 동양인에 대한 벽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서양인들은 색안경을 끼고 아시아 음악인들을 봐요. 테크닉은 뛰어나지만 음악의 본질을 모른다는 선입견이죠. 그들의 음악과 전통 아래 깔린 철학까지 파고 들어야 동양인이 아닌, 음악인으로 인정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성씨의 지휘 경력은 6년 밖에 되지 않았다. 서울예고와 스위스 취리히 음악원을 거쳐 독일 베를린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답답함을 많이 느꼈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어서 지휘를 택했다”고 말했다. 푸르트벵글러가 지휘하는 브람스 교항곡 4번의 DVD를 보고 느꼈던 감동이 기폭제가 됐다. “피아노를 치러 무대에 올라가면 항상 너무 떨렸는데 지휘하는 순간은 너무 행복하고 자연스러워요. 저의 표현 방법을 제대로 찾은 거죠.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에는 텔레파시가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가장 힘들었던 때로 피아노와 지휘의 갈림길에 섰을 때를 꼽았다. “지휘를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당시 지도 교수님이 반대를 많이 했거든요. ‘동양 여자가 무슨 지휘냐’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던 거죠.” 단 두 달의 준비로 2001년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 합격해 본격적으로 지휘 공부를 시작한 성씨는 “지휘를 시작한 후에는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성씨는 내년 7월 세계적 음악 축제인 탱글우드 페스티벌에서 보스턴 심포니를 지휘하고,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등 유럽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지휘봉을 잡는다. 첫 리허설 때는 동양에서 온 어린 여성 지휘자를 얕보고 잡담을 하던 단원들이 성공적인 공연 후 “너무 인상 깊었다”며 인사를 하던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는 성씨는 “다시 태어나도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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