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 일본 대사관 앞.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2007년 마지막 수요집회(총 793차)에 참석한 일본군 ‘위안부’피해 할머니 4명은 기쁨과 슬픔에 연신 눈시울을 훔쳤다.
할머니들은 먼저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죄를 끝내 받아내지 못한 채 올해 세상을 뜬 김우명달(89) 할머니 등 13명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가슴을 쳤다. ’고운 님 어디 가시옵니까’라는 추모시(詩)와 함께 추모곡이 울려 퍼지자 고인들의 영정에 꽃을 바치는 생존 할머니들의 눈가는 조금씩 붉게 물들었다.
정태효 정대협 생존자복지위원장은 “돌아가신 할머니들은‘일본에선 좋은 소식이 없냐’고 항상 궁금해 했었다”라며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하고 또다시 한해가 저물게 돼 죄송하다”고 비통해 했다.
일본에서 할머니들을 지원하고 있는 야마구치 아끼꼬(山口明子ㆍ여ㆍ72)씨는 “돌아가신 분들에게 한없이 죄송할 따름”이라며 “진실을 덮으려는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할 때까지 계속 싸우겠다”고 말했다.
집회에서 미국 등 4개국 의회가 일본 정부의 사과와 배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얘기가 나오자 할머니들은 이번에는 희망과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2007년 각국의 결의안 채택은 할머니들이 직접 세계를 돌며 여론에 호소해 얻어낸 소중한 성과였다. 7월30일 미국 하원을 시작으로 네덜란드 의회(11월 8일), 캐나다 연방의회(11월 28일), 유럽연합 의회(12월 13일)가 결의안을 채택했고, 독일 영국 호주 등의 의회에서도 결의안 채택 움직임이 일고 있다.
2월15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소위원회의 위안부 청문회에서 세계를 향해 일본의 만행을 증언하고,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비판했던 이용수 할머니는 결의안 얘기가 나오자 눈물을 거뒀다.
이 할머니는 어느새 환하게 웃으며“먼저 간 할머니들도 하늘에서 계속 투쟁 중이야. 얼마 전에 밝아오는 새해에는 희망이 넘치고, (일본 정부의 사과 등)더 큰 결실도 맺을 거라고 연락이 왔어”라고 말했다.
정대협과 할머니들의 새해 목표는 지난 62년 세월과 마찬가지로 일본이다. 길원옥(80)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진실한 마음으로 회개하고 배상해야 다음 세대는 불행을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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