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특검법' 공포안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과 대한변협 등의 거부권 행사 요구를 끝내 뿌리쳤다. 이에 따라 이명박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직전까지 특검 수사가 진행된다.
검찰 수사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의혹을 갖는 BBK 사건의 진상을 명백히 밝혀 논란을 매듭짓기 바라지만, 솔직히 철 지난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느낌이 앞선다.
진실 규명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이들은 무슨 소리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런 이들은 이명박 특검법이 애초 대통령 당선자나 현직 대통령이 아닌 유력 대선 후보의 과거 범죄의혹을 수사대상으로 삼은 점부터 유념할 필요가 있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일수록 도덕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르지 않다.
그러나 모든 공직선거 후보의 도덕성을 수사기관이 일일이 검증하는 반민주적 상황을 가상한다면, 이명박 특검법이 민주선거의 기본원리에 반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법치와 정의 등 민주주의 원론적 가치를 위해 구체적 절차의 민주성을 해치는 것은 결코 올바른 주권적 선택일 수 없다.
이명박 특검법이 특검제의 고유한 목적과 어울리는지도 의문이다. 특검제는 검찰 등 고위 공직자의 비리의혹을 검찰이 수사하는 것이 '이익 충돌'과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정치적 고려에서 자유로운 수사를 통해 정의가 실현됐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우리의 특검 실험이 줄곧 여기에 충실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명박 특검법은 전례 없이 기묘한 바탕에서 태어났다.
아무리 정권 말이라 해도 검찰이 야당 후보의 비리의혹을 수사한 결과를 제쳐두고, 대선과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목적으로 입법을 강행한 태생적 모순을 지니고 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누가 특검을 맡든 정치적 고려에 치우칠 우려는 없다고 본다. 그보다 정치세력이 수사에 영향을 주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는 것이 문제다. 특검이 태생적 모순을 극복, 오로지 국민적 의혹 해소에 도움이 되도록 사회가 함께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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