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 돌이킬 수 없는 불화를 저지르고 방에 숨어들었던 6년 전 겨울이 생각납니다. 쌀독엔 쌀이 없었습니다. 난방이 안된 후배들의 작업실을 전전하며 <칼의 노래> 를 썼습니다. 희망 없고 신경질 가득한 글을 누가 읽어줄까 걱정도 많았습니다.” 칼의>
소설가 김훈(59)씨의 장편 <칼의 노래> (생각의나무 발행)가 100만 부 출간을 넘어섰다. 26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기념 축하연엔 박맹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평론가 이어령씨,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이기웅 파주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를 비롯, 평론가 이남호 박철화 신형철씨, 이문재 시인, 소설가 전경린 김연수씨, 임지현 한양대 교수 등 문화ㆍ출판계 인사 150여 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칼의>
김씨는 2000년 9월 시사저널 편집국장 재직 당시 한 주간지와의 대담에서 한 발언들이 구설에 올라 사퇴한 직후 창작에 매진, 2001년 5월 <칼의 노래> 를 출간했다. 칼의>
그 해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은 2003년까지 21만 부 가량의 판매고를 기록하다가, 이듬해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안 가결로 직무정지 상태일 때 읽은 책으로 화제에 오르며 그 해에만 50만 부가 팔렸다. 2005년엔 21만 부, 작년과 올해엔 각각 3만, 5만 부가 판매됐다.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란 문장으로 시작되는 <칼의 노래> 는 조선시대 명장 이순신(1545~1598)이 백의종군 하는 대목에서 시작해 노량해전에서 최후를 맞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칼의>
김씨는 이순신이 임진왜란 7년 간 쓴 일기인 <난중일기> 에 소설적 상상력을 가미, 전쟁의 한계상황에 내던져진 장수의 고독과 허무를 핍진하게 그려냈다. 난중일기>
작가의 이념적 입장을 강하게 투영했던 기존의 역사소설 작풍에서 탈피, 역사를 소재로 현재의 문제 의식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뉴에이지 역사소설’로 명명되는, 최근 유행하는 새로운 역사소설의 원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칼의 노래> 는 2005년 일본을 필두로 스페인, 프랑스, 대만에서 번역 출간됐다. 프랑스어판은 한국 문학작품 중 처음으로 프랑스의 대표적 문학 전문 출판사인 갈리마르에서 나왔고, 스페인에서는 2005년 현지 공영TV에서 ‘이달의 책’으로 선정됐다. 칼의>
처음엔 2권으로, 현재는 단권의 양장본 및 문고본으로 <칼의 노래> 를 국내 시판 중인 생각의나무 출판사는 최근 100만 부 출간 기념 고급 소장본을 내놓기도 했다. 칼의>
이날 축하연에서 이어령씨는 축사를 통해 “문학상 심사를 하면서 김씨의 작품을 처음 읽었을 때 질투가 날 만큼 충격을 받았다”며 “<칼의 노래> 는 이순신과 임진왜란이란 큰 이야기를 소설(小說)이란 작은 이야기에 담아내는데 성공하면서 기존 역사소설의 바탕을 깨뜨렸다”고 평가했다. 칼의>
김우창 교수는 “김훈 소설을 허무주의라고 하는데, 거리를 두고 사태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에서 모든 문학은 근본적으로 허무주의”라며 “김씨의 소설은 허무의 바탕에 설 때 비로소 삶의 전망이 열린다는 점을 대담하게 보여줬다”고 말했다.
김씨는 “많은 독자가 생기고 보니 이들과 더불어 어디로 가야 하나, 이들에게 무엇을 제시해야 하나 크나큰 두려움을 느낀다”며 “하지만 문단의 담론을 벗어던지고 대중 속으로 뛰어들어 써야할, 못다한 이야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둥이(1948년생)로 태어나 전쟁, 세습적이고 운명적인 가난, 대학 시절의 황폐함, 정치적 억압과 억눌림을 겪다보니 독자에게 희망과 사랑을 제시할 수 없었다”며 “내년부터 새로 쓸 소설에선 독자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달하고자 한다”며 포부를 밝혔다.
글ㆍ사진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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