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학교는 제도권 교육기관과 달리 연령과 신분을 뛰어 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산이란 목적 하나로 모인 곳이다. 개교 초에는 20, 30대가 주류를 이뤘으나 요즘은 수강생이 점차 고령화하고 있다. 2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세대가 교육을 함께 받는다. 부부나 부자가 줄을 같이 묶고 전문 산꾼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학교를 마친 뒤 이들은 등산학교 졸업을 최종 학력으로 내세우며 즐거워한다. 동류의식으로 뭉쳐 졸업 후에도 기수별 등반활동을 지속한다. 등산 세계에 몰입해 삶이나 사업의 진로를 수정하는 사람도 있다.
송영석 해냄출판사 대표,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 여성 알피니스트 고미영, 산악문학 작가 심산, 지리산 칠불암의 동림 스님, 최승우 예산군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송영석 대표는 등산학교 입교 전 북한산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을 뿐 한번도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등산학교 졸업 후 그는 바라보던 산을 전문등반의 대상으로 수직상승 시켰다.
골프를 접은 채 동기들로 조직된 산악회의 회장을 맡아 미국 요세미티의 거벽 등반에 참여하는 열성 산꾼으로 변신했다. 출판도 등산처럼 팀워크와 기초가 중요하다며 기초반, 정규반, 암벽반, 동계반 등 전과정을 다 이수했다.
부침 심한 출판계에서 성공을 거둔 그는 학교 졸업 후 등산문화 활성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훌륭한 산서의 보급을 결심했다. 그 첫 행보가 <마운틴니어링, 산의 자유를 찾아서> 의 완역이었고 제2탄이 필자가 쓴 <등산교실> 이다. 등산교실> 마운틴니어링,>
그와 함께 도원결의를 하고 등산학교를 졸업한 출판인이 김인호 바다출판사 대표, 신경열 더난출판사 대표다. 김인호 대표는 졸업시험 평가에서 개교 이래 최고 득점을 기록했다.
그 또한 산서 전문서의 출간을 위해 마운틴북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했을 정도다. 그가 낸 첫 책이 필자의 <알피니즘 도전의 역사> 다. 송영석, 김인호 두 사람 모두 산악계가 필요로 하는 여러 권의 후속타를 준비하고 있어 산서 독자를 설레게 하고 있다. 알피니즘>
여성 알피니스트 고미영(코오롱등산학교 강사)은 자신의 잠재능력을 끈질긴 노력으로 개발했다. 등산학교 졸업 후 안정적인 직장을 미련 없이 박차고 나와 스포츠 클라이밍에 입문한 뒤 세계 정상급 스타로 부상했다.
그러나 그녀는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고산등반의 길을 걷고 있다. 스포츠 클라이머는 고산등반과 궁합이 맞지 않는다는 속설을 뒤엎었다. 고산등반 입문 2년 만에 초오유, 에베레스트, 브로드피크, 시샤팡마 등 8,000m가 넘는 고봉 4개를 올랐다. 누구에게나 호감을 주는 낙천적인 성품이 실패를 성공으로 이끄는 동인이 됐다.
필자와 함께 간 카라코람히말라야의 드리피카(6,446m)는 그녀의 첫 고산수업이었다. 고미영은 그 첫 경험에서 호된 대가를 치렀다. 정상을 목전에 두고 60m를 추락, 척추가 어긋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포기하지 않는 승부 근성을 보여줘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고미영은 산에 가면 더 잘 먹는다. 다른 대원이 냄새가 역겹다며 현지 음식을 외면해도 그는 푸짐하게 먹어치우며 에너지를 축적한다. "왕성한 등반의욕은 왕성한 식욕에서 비롯된다"는 게 지론이다. 고미영의 8,000m급 14봉 완등 행보가 무탈하길 빈다.
7대륙 최고봉 등정의 꿈을 안고 등산학교에 입교한 칠불암 주지 동림 스님. 그는 장마철 장대 같은 빗줄기를 뚫고 넘쳐 난 계곡을 건너 천리길을 왕복하면서 단 한번도 강의에 빠지지 않은 열성파였다.
지난해 학교 졸업 직후 남아메리카의 아콩카과를 첫 등반지로 선택했으나 등반 도중 고산병으로 사바세계를 등지고 부처님 품으로 갔다. 꿈을 이루지 못하고 열반한 그를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 온다.
방위병 출신의 이동윤 강사가 언감생심 2성 장군을 지휘하며 호령하는 곳도 등산학교다. "자세가 불안정합니다. 허리를 바위 쪽으로 밀어 넣고 상체를 곧게 유지 하세요!" "자세가 교정되지 않으면 얼차려 실시합니다."
최승우 장군은 이런 과정을 겪고 수석 졸업의 영예를 차지했다. 최 장군은 사단장 시절, 중요한 선약이 있다며 군단장의 저녁 식사 초청을 정중히 거절하고 제대하는 사병과의 식사 약속을 지킨 사람이다. 군 생활 중 많은 일화를 남긴 덕장으로 등산교육을 받으며 신선한 체험을 했다고 즐거워했다.
그는 등산학교 졸업 후 정계에 진출, 낙선의 고배를 맛보았으나 알피니즘 특유의 도전정신으로 재기해 향리 예산에서 민선 4기 군수로 선정을 펴고 있다.
산악문학가 심산. 그의 본업은 시나리오 작가다. 영화 <비트> <태양은 없다> 의 시나리오를 쓴 뛰어난 글쟁이다. 등산학교 졸업 후 산악문학 작가로 변신한 그는 세계산악명저 24권을 리뷰한 <마운틴 오딧세이> 를 펴내 호평을 받았다. 마운틴> 태양은> 비트>
그는 요세미티, 히말燦?등지를 섭렵하고 에베레스트를 다녀온 뒤 두 번째 산악서적 <엄홍길의 약속> 을 선보였다. 지금은 코오롱등산학교에서 산악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엄홍길의>
코오롱등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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