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원 12명과 미얀마 선원 등 15명이 탄 화학약품 운반선이 전남 여수 해상에서 침몰, 14명이 실종됐다. 사고 선박은 질산 2,000여톤을 싣고 있어 질산 유출에 따른 해양 오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25일 오전 4시19분께 전남 여수시 삼산면 백도 북동쪽 8마일 해상에서 질산 2,129톤을 싣고 여수항을 떠나 대만으로 가던 해운물류회사 NHL개발㈜ 소속 1,323톤급 화학약품 운반선 이스턴 브라이트호가 침몰, 선장 정춘영(54ㆍ부산 사하구) 씨 등 우리나라 선원 12명과 미얀마인 2명 등 14명이 실종됐다. 사고 직후 여수해경과 해군 등은 경비함 12척과 헬기 등을 동원, 수색ㆍ구조작업에 나서 오전 9시25분께 사고 해역 인근에서 미얀마인 선원 묘테이(29)씨를 구조했으나 나머지 실종 선원들은 찾지 못하고 있다.
사고 선박은 전날 오후 11시30분 전남 여수항 낙포부두에서 대만으로 수출하는 공업용 질산액을 싣고 출항, 이튿날 오전 1시18분께 여수항만정보센터와 “항해중”이라는 교신을 한 뒤 연락이 끊겼다.
사고 선박은 배에 장치된 자동조난신호발신기(EPIRD)로 인공위성을 경유, 해양경찰청에 조난 신호를 보낸 뒤 통신이 두절돼 침몰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경은 밝혔다. 사고 해역에는 사고 선박에서 유출된 것으로 추정되는 폭 50m 길이 3㎞의 유막이 발견됐다.
사고 해역은 쿠루시오 난류의 영향으로 기상 돌변이 잦은 곳으로, 사고 당시 평균 풍속 10m 이상의 강풍과 높이 3m 가량의 파도가 치는 악천후였다. 기상청은 사고 직후인 오전 7시를 기해 사고 지점 인근 해역에 풍랑주의보를 발효했다.
해경은 금속을 녹이거나 화학물질을 추출하는데 쓰이는 질산액이 전량 유출됐을 경우 해양 동식물의 집단 폐사 등 해양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바닷물 산성도를 측정하는 등 질산 유출에 따른 해양오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선박 회사인 NHL개발 측은 “사고 선박은 이중선체 구조로 돼있는데다 질산 저장탱크도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어 질산 유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질산은 빛을 쬐면 분해되는 데다 물에도 쉽게 녹아 유출되더라도 해양오염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이스턴 브라이트호가 사고 해역 주변에서 항해 중이던 다른 선박이나 암초 등과 충돌했다는 징후가 없는 점으로 미뤄 갑작스런 기상 악화로 인해 사고가 났을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여수=안경호기자 khan@hk.co.kr
◆실종 선원 명단
▦선장 정춘영(54ㆍ부산 사하구) ▦1항사 김해진(50ㆍ부산 부산진구) ▦3항사 김광용(53ㆍ부산 부산진구) ▦3항사 허경호(40ㆍ제주 서귀포시) ▦기관장 천대식(43ㆍ부산 금정구) ▦1기사 금세진(23ㆍ강원 고성군) ▦3기사 김도윤(25ㆍ부산 남구) ▦갑판장 허능희(47ㆍ부산 서구) ▦갑판수 이덕구(46ㆍ부산 강서구) ▦조기장 곽병학(52ㆍ부산 사하구) ▦사주장 예흥락(53ㆍ부산 금정구) ▦실기사 임종철(18ㆍ경기 남양주시) ▦갑판수 애민(31ㆍ미얀마) ▦갑판수 미얏투(34ㆍ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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