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누나 2명 등 3명을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뒤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부모를 살해하고 누나들에게 상처를 입힌 20대 파렴치범에게 법원이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아들이 휘두른 흉기에 10여 차례나 찔려 숨이 꺼져가면서도 아들의 범행을 덮어주려 했던 아버지의 사랑에 재판부가 감복해 내린 고심어린 결정이었다.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 홍승면)는 존속살해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23)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경제적 곤궁을 벗어나기 위해 아버지와 어머니를 살해하고 누나들에게도 흉기를 휘두르는 등 비정함과 잔혹함의 극치를 보였다”며 “특히 범행 후 아버지가 있는 병원 응급실을 태연히 찾아가고 재판 과정에서도 거짓말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극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는 “흉기에 찔려 죽어가면서도 피고의 범행을 덮어주려 했던 아버지와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낸 누나들의 사랑을 고려할 때 사형이 너무 가혹하다고 보여 무기징역을 선고한다”고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씨가 전과가 없고 뒤늦게 나마 범행을 뉘우친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8월11일 새벽 2시30분께 경기 수원시 집 거실 소파에서 잠이 든 아버지(56)를 흉기로 찌른 뒤 아버지의 비명을 듣고 안방에서 나온 어머니(50)와 누나들에게도 흉기를 마구 휘둘렀다. 이씨의 어머니는 현장에서 숨졌고, 두 번에 걸쳐 10여차례나 찔린 아버지도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3시간여만에 숨졌다.
범행 직후 이씨는 아버지가 있는 병원을 찾아와 경찰에 “친구 집에 있었다”고 둘러댔지만 행적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의 추궁에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수사결과 이씨는 어머니로부터 받은 3,700만원을 주식 투자와 유흥비로 날리자 어머니와 누나 2명을 생명보험에 들게 한 뒤 보험금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이씨의 아버지가 흉기에 찔린 뒤 병원에 실려가기 전 딸들에게 “절대 아들이 범인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병원에서도 범인을 묻는 형사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다가 숨진 사실이 확인돼 법정 분위기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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