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방송ㆍ통신 정책 전반을 대대적으로 수술할 태세다. KBS를 중심으로 K-TV, 아리랑TV, 국회방송 등 국ㆍ공영 채널의 통합을 추진하고, MBC는 민영화도 검토한다는 얘기다. 공영방송의 인사와 경영을 총괄하는 '공영방송위원회' 설립도 거론돼 방송계가 술렁이고 있다.
디지털 혁명으로 미디어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시대 추세에 맞게 방송ㆍ통신 산업의 구조를 개편하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새 정부는 진입 및 소유 규제를 완화하고 민영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시장 자유화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공익성 확보를 두 축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우리 공영방송이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되면서도 공영성은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2년 전 3,000명 이상을 감원하고도 2,800명을 추가 감원하기로 한 영국의 BBC나 자회사 30%를 감축하려는 일본 NHK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 공영방송도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한 경영 합리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다만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 허용과 공영방송의 민영화는 미디어산업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구조개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정성이다. 이번 대선보도에서 일부 방송은 김경준씨 가족이 쏟아내는 BBK 의혹을 여과 없이 보도해 편파성 논란을 불렀다.
그러나 선거가 끝난 뒤에는 이 당선자를 일방적으로 칭송하는 '용비어천가'식 보도태도로 돌변해 시청자들을 당혹케 하고 있다. 방송이 독립성을 잃고 정치권력에 종속되는 현상은 이 정부 들어 과거보다 노골화한 것이 사실이다.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려는 의지를 그래서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측근 인사들이 방송계의 요직을 차지하게 된다면 방송의 정치적 독립은 더 멀어질 위험성이 있다. 그런 식이면 전과 다른 게 없는 셈이다. 정권의 이해를 떠나 방송의 진정한 미래를 생각하는 차원 높은 개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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