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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이 뽑은 2007 영화계 떠오른 인물 추락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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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들이 뽑은 2007 영화계 떠오른 인물 추락한 인물

입력
2007.12.25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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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제작자는 심형래의 옛 유행어를 빌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말했다. “한국영화 없다.”

11월까지만 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관객이 26.7%나 줄었다. 시장점유율도 46.7%로 내려앉아 외화(53.3%)보다 낮아졌다(영화진흥위원회 통계). 11년 만의 마이너스 성장은 당연했고, 이제 열에 한편도 본전을 건지기 어려운 ‘관객 200만명이 꿈’인 현실이 됐다.

더욱 참담한 것은 내년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제작편수가 절반으로 줄어들 만큼 움츠린 투자, 얼굴을 돌려버린 아시아시장, 계속되는 소재와 아이디어 빈곤, 여기저기에다 대고 앙앙대지만 개선 기미가 없는 수익성악화. 한국영화는 터널 속에 갇혔다.

그 속에도 웃음은 있었고 유난히 울상을 지어야 했던 사람들도 있었다. 평론가 10인이 그 주인공들을 찾아보았다. 그들의 웃음과 눈물이 2008년에는 한국영화를 부활시킬 것으로 기대하며.

■ 난 웃었다

재미있다. 그렇게 평단이 욕을 했던 <디 워> 의 심형래 이름이 가장 많았다. 물론 영화 자체의 평가변화는 아니다. ‘심빠’라는 말까지 만들어낸 화제와 840만명의 흥행기록에 ‘어쩔 수 없어서’도 아니다. 기대만큼의 성과는 못 거뒀지만 <디 워> 의 미국공략이 가진 “한국영화산업에서의 상징적 의미”(정수완)와 그 “새로운 지평”(조희문) 때문이다.

유인택(기획시대 대표)도 정말 오랜만에 웃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재수의 난> 등의 연속 참패로 긴 고통 속에 한때 틈새시장을 겨냥해 에로물까지 손댔던 그에게 800만 관객을 몰아주며 <화려한 휴가> 를 안긴 것은 처음 자신이 발을 내디뎠던 비극적인 현대사의 공간이었다. 참 아슬아슬하기는 했지만.

내년 한국영화가 ‘희망’을 갖는다면 이 사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유진. 7년간 광고회사에 있다 1997년 <정사> 로 영화에 입문, <스캔들>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의 프로듀서를 거쳐 <그놈 목소리> 로 자신의 영화사 ‘집’을 짓고, <행복> 까지 내놓은 인물.

미국 버라이티지가 ‘주목할만한 10인의 프로듀서’로 선정하고, 여성영화인회의가 17일 주저없이 ‘올해 여성영화인’으로 꼽은 것을 보면 “심재명 이후 최고의 여성제작자”(심영섭)라는 칭찬이 허튼소리는 아니다. 박진표 최동훈 민규동 같은 감독들이 몰려들고 있다. 거기에 할리우드 유명 에이전시인 CAA와 2년간 전속계약까지. 그야말로 그녀 ‘집’은 문전성시다.

그 잘난 영화상 하나 못 받았다. 한편도 아니고 무려 4편(천년학, 황진이, 열한번째 엄마, 내사랑)에, 그것도 주연급이었는데. 연극배우출신의 늦깎이 신인 류승룡으로서는 그걸 오히려 기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 배역이 가능한 배우란 사실을 확인했으니까. 깊고 굵고 개성 있는 그에게서 송강호와 최민식의 옛 모습이 언뜻 비춰진다.

■ '밀양' 트리오 "햇빛 쏟아지는 나날들"

칸영화제 수상이 뭐길래. 올해 한국영화는 <밀양> 트리오의 세상이었다. 전도연은 모든 연기상을 휩쓸었고, 그녀의 격정 연기를 돋보이게 하려고 큰 배역 마다하고 조연처럼 자신을 억제하며 서 있던 송강호 역시 <우아한 세계> 의 우아한 연기가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할 정도로 불려 다녔다.

<밀양> 은 고집과 인간적 관계와 욕심의 결합이었다. 청바지 차림의 감독으로 돌아와 4년 동안 느리지만 집요하게 <밀양> 을 물고 늘어진 이창동, <초록물고기> 로 오늘의 자신을 있게 해준 감독에 대한 의리를 버리지 않은 송강호, 스스로 배우로서 위기의식을 느껴 시나리오를 얼른 꽉 잡고는 그 속에 자신을 던져버린 욕심 많은 전도연. 결국 <밀양> 의 빽빽한 햇빛은 올해 내내 그들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다.

■ 난 울었다

백전노장의 체면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10명 중 8명이 올해 ‘운’ 인물로 강우석(시네마서비스 대표)을 첫 손에 꼽았다. 지난해 <왕의 남자> 대박의 기세를 몰아 올해 15편을 제작ㆍ배급한 시네마서비스의 성적표는 참담하기 그지 없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이 거의 없는 데다가, 100억을 넘게 투입한 대작 <황진이> 의 흥행 참패는 치명타가 됐다. “지나친 공격적 자세와 자기틀 고집이 문제”(강한섭)였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장으로 어느 해보다 바빴던 차승재(싸이더스FNH 대표). 지난해 12편 개봉으로 영화산업 거품에 일조한 데 따른 자성인지, 올해 단 한편(용의주도 미스 신)만 만들어 극장에 걸었다. 이 역시 비평과 흥행 모두 싸늘한 반응을 받았다. “ ‘영화인’ 차승재의 영향력은 유지했지만, ‘제작자’ 차승재는 점점 작아지고, 한계에 온”(강익모) 한해였다.

한국영화 최고의 스타일리스트 감독 이명세도 겉으론 웃고 속으론 울고 말았다. 2005년 <형사> 에 이어 10월 개봉한 <엠(m)> 에서도 독??비주얼의 언어를 선보였지만, 평단의 찬사와 달리 대중은 외면했다. 몽환적인 이미지와 불연속적 내러티브로 엮어가는 그의 영화어법은 흥행을 중시하는 상업영화 감독으로서의 그의 생명까지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송강호 최민식과 함께 남자배우 ‘빅3’로 꼽히는 설경구의 <싸움> 을 보고 고개를 흔들었다. 상반기 개봉한 <그놈 목소리> 가 그나마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연기적으로는 퇴보한 설경구를 확실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설경구는 늘 설경구다. 연기 폭을 넓히지 못하고, 늘 한가지 이미지, 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심영섭)는 지적은 그래서 매섭다.

<싸움> 의 김태희 역시 <황진이> 의 송혜교가 갖고 있던 ‘최악’의 연기 타이틀을 단숨에 빼앗아갔다. 지난해 <중천> 으로 이미 ‘눈물’을 쏙 뺄 만큼의 신고식을 치렀음에도 CF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모델과 배우의 역할을 여전히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그녀의 실체가 드러났다”(정수완)거나 “그녀는 어차피 그 정도”(유지나)이기에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니.

■ 나도 있었다

임권택 감독은 웃음과 울음사이를 오갔다. “100번째 영화 <천년학> 을 만든 거장의 힘”(김윤아)을 느낀 반면 “그의 한계를 보았기 때문”(강익모)이다. 한 작품에 몰입한 것 뿐인 전도연보다 다양한 인물 속을 활발하게 다닌 김혜수가 더 아름다웠다는 평가도 있다. 물론 올해 웃음을 감추지 못한 여배우로는 <미녀는 괴로워> 의 벼락스타 김아중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 의견을 주신 평론가 10인

강익모(서울디지털대 교수), 강한섭(서울예전교수), 김시무(한양대 강사), 김윤아(건국대 강사), 문학산(세종대 강사), 심영섭(대구사이버대 교수), 유지나(동국대 교수), 전찬일(숙명여대 겸임교수), 정수완(동국대교수), 조희문(인천대교수)

이대현기자 leedh@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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