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박을 터뜨린 브랜드를 몇 개 꼽는다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거의 모든 일간지와 잡지에서 소개기사가 나왔으며, 영화나 광고의 배경장소 섭외 1순위로 부상했다. 그곳에 문을 연 가게는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화제의 장소가 됐으며, 심지어 그 길을 보겠다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여학생들도 생겼다.
무엇이 신사동 가로수길을 이처럼 ‘뜨게’ 한 걸까? 최신 트렌드를 읽는 데에는 최고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광고인들이 이 질문에 대한 독특한 답을 내놓았다. 광고회사 TBWA코리아가 최근 발간한 <가로수길이 뭔데 난리야?> 라는 글모음집이 바로 그것. 가로수길이>
이 책을 기획한 TBWA코리아의 카피라이터 박웅현(46)씨는 “삼청동은 ‘경륜’, 홍대앞은 ‘열정’, 인사동은 ‘전통’, 대학로는 ‘표현’, 청담동은 ‘과시’라고 한다면, 신사동 가로수길은 ‘로망’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돈을 벌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온 한국인들이 이제 자신만의 꿈을 좇아 뒤돌아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일요일 쉬는 가게들에서 ‘헝그리 정신의 종말’을, 꽃미남 마케팅에서 ‘여성경제권 시대’를, 낡은 건물에서 ‘유럽식 느림의 미학’을 볼 수 있다는 주장한다.
박씨는 “가로수길은 반(反)테크놀로지ㆍ프로슈머ㆍ혼혈ㆍ소수문화의 코드가 통하는 공간으로, 향후 우리의 문화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박씨는 ‘지킬 것을 지켜가는 남자’(갤럭시),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삼성),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KTF), ‘사람을 향합니다’(SK텔레콤) 등의 광고를 만들어 광고상만 20여 차례 수상한 국내 최고의 ‘광고쟁이.’ 박씨는 “회사가 가로수길에 있다 보니 가로수길의 변화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며 “광고인의 눈으로 관찰한 결과 가로수길 역시 이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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