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신 치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정당인 ‘국민의 힘(PPP)’이 23일 태국 총선에서 2% 모자란 대승을 거뒀으나 정국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과반에 12석 부족해 집권에 성공하려면 군소 정당들을 설득해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하지만 외신들은 군부의 방해 시도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부정 조사, 탁신의 귀국, 방콕 시민의 거리 시위 등 다양한 돌발 변수가 남아있어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PPP가 압도적 의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게임이 끝났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국의 가장 큰 변수는 군부의 태도다.
그동안 외신들은 끊임없이 ‘제2 쿠데타’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태국 군부 쿠데타의 주역 중 한명인 차릿 푹파숙 국가안보평의회(CNS) 의장대행은 24일 또다른 쿠데타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차릿 의장대행은 “모든 정당은 투표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CNS는 지난해 9월 발생한 쿠데타 주역들로 구성된 실질적 권력 기관이다. 차릿은 “국민들이 PPP의 승리가 혼란의 시작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하고 내년에 새 정부가 구성되면 CNS는 즉각 임무를 마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통신 등 상당수 외신은 제2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더라도 선관위가 선거 부정을 빌미로 PPP 소속 당선자들을 대거 떨어뜨리는 등 선거 결과를 왜곡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파이낸셜 타임스는 PPP가 압도적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에 “군부와 반 탁신 세력이 가진 카드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타이 정치 분석가인 크리스 베이커는 “군부는 이제 군소 정당에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라고) 요구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군소정당의 의석은 모두 86석이다. 태국 일간 방콕타임스에 따르면 이 중 적지않은 의석을 보유한 차트 타이 당(39석)과 페우 판틴 당(26석)이 어느 쪽 연정에 참여하든 함께 행동할 것이라고 밝혀 앞으로 연정 구성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 당이 166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모두 231석에 불과하다. 때문에 PPP로서는 나머지 군소정당 의원이나 무소속 의원을 일부 확보하면 연정 구성을 할 수 있어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탁신의 귀국과 방콕 시민의 시위도 커다란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사막 순다라벳 PPP 총재는 탁신의 귀국을 공약으로 내걸고 자신을 ‘탁신의 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며 차기 총리가 될 것임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사막은 거친 발언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사기도 했고, 과거 군부의 반정부 시위 무력 진압을 지지했던 전력이 있다. 게다가 방콕 시장 재임시에는 횡령과 직권남용 등으로 방콕 시민의 ‘공적’이 되기도 했으나 결국 선거에서 대승을 이끌어 냈다.
부정 부패 의혹이 있는 탁신과 사막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가진 시민들이 탁신의 귀국과 사막의 총리 등극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일 가능성은 높으나, 선거 결과를 뒤집을 정도의 명분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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