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 원유유출사고 해역 기름제거에 사용되고 있는 고온고압세척기의 생태계 유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은 24일 성명을 내고 “세척기가 내뿜는 고온고압의 물은 기름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해조류 등 생물체까지 죽게 만든다”며 고온고압세척기의 사용중단을 방제당국에 요구했다.
고온고압세척기는 뜨겁게 데워진 물을 특수한 노즐을 통해 강한 압력으로 분사, 해안의 바위나 자갈 등에 붙어 있는 기름덩어리를 제거하는 데 사용된다. 방제당국은 현재 고온고압세척기 10여대를 현장에 투입해 해안 세척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고온의 센 물살이 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환경련은 “대부분 무척추동물은 45도 이상의 온도에 잠깐이라도 노출되면 열쇼크를 받아 죽는다”며 “생태계 복원의 필수인 세균까지 모두 죽여 생태계를 괴멸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환경련은 또 “지난 1989년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스호 기름유출사고 방제때도 대대적인 고온고압 세척이 실시됐지만 당시 세척이 안된 지역의 생태계가 오히려 회복이 빨랐다”며 “이는 바다와 해안의 세균중 일부가 탄화수소를 분해해 기름을 생물학적으로 정화시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태안 오염지역을 둘러본 유엔환경계획(UNEP)과 유럽연합(EU)의 전문가들도 인위적 방제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 고압세척은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는 만큼 암반이나 인공구조물에 한정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의를 준 바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관계자는 “고온고압 세척기는 바위나 자갈 표면에 자연적으로 있는 미생물들을 죽여 생태계 복원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며 “세척기의 사용을 최소화하고 최대한 직접 손으로 닦고 나머지 부분은 자연정화에 맡기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경 방제대책본부측은 “고온고압 세척기이지만 환경에 악영향이 가지 않도록 60도 이하의 온도로 사용하게 지침을 내렸다”며 “온도를 지나치게 높이지 않으면 생태계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동국 기자 d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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