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인사(人事)를 할 때에는 햄릿이 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자신의 인사 스타일에 대해 5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당선자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려는 듯 당 경선 캠프를 만들면서 인선을 마무리하는데 두 달, 경선 승리 후 후보 비서실장과 사무총장 등 핵심 요직을 임명하는데 3주 이상 시간을 끌었다.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불도저’라고 불리는 그이지만, 인사에서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한다.
이 당선자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놓고 역시 며칠째 숙고하고 있다. 인수위원장 발표는 빨라야 25일이 될 것으로 보여 인수위 출범은 해를 넘기게 될지도 모른다.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인수위를 12월 26일 출범시킨 것과 비교하면 1주일 가량 늦어지는 것이다.
이 같은 인사 스타일은 이 당선자가 인물을 정해놓고 자리를 맡기기보다는 자리에 적합한 인재 기준을 세운 후 그것에 맞는 사람을 찾기 때문이다. ‘적합한 인사가 아니면 차라리 공석이 낫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이 당선자는 기준에 맞는 몇 명의 후보자를 마음 속에 정해둔 채 주변의 추천이나 평을 들으며 최종 판단을 내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당선자는 이번 인수위원장 인선 기준으로 ▦정권교체의 상징성 ▦국정 및 조직 운영 경험 ▦자신과 철학 공유 등을 정하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당선자는 또 인사 정보에 대한 철통 보안을 측근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비슷한 점이다. 선대위 구성 때는 발표에 앞서 기사가 나가자 “발설자를 찾아내라”며 불호령을 내리기도 했다. 인수위원장 후보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에 대해서도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다니냐”며 호통을 쳤다는 후문이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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