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국민이 전례 없는 ‘사생활 노출증세’를 보이는 대통령에 엇갈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부인 세실리아와의 이혼으로 신문 1면을 장식한 지 2개월 만에 슈퍼모델 출신 가수 카를라 브루니와의 연애를 당당히 공개하는 등 사생활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했던 전직 대통령들과 너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일요신문인 <르 주르날 뒤 디망슈> 가 23일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86%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브루니와 연애한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5%가 “대통령이 지나치게 사생활을 노출한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르>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 은 지난주 1면에 사르코지 대통령을 ‘블링블링 대통령’이라며 꼬집기도 했다. 블링블링이란 과소비나 허세로 뭉친 생활 방식을 이르는 신조어다. 리베라시옹>
적극적으로 사생활을 노출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경우도 많다.영국 일간 가디언의 일요판인 옵서버는 프랑스 네티즌들이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북’에 ‘우리 대통령은 너희들 대통령보다 우월하다, 브루니를 낚았으니까’라는 제목의 카페를 개설했으며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름을 박은 캐릭터 상품도 나왔다고 23일 전했다.
사르코지 대통령 덕분에 프랑스와 프랑스 대통령에 대한 기사가 자주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활력 있는 국가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
언론 재벌들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언론계 막후 실력자로 통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은 특히 사생활 노출을 통해 국민의 관심을 뒤집기도 한다. 2개월 전 엘리제궁이 세실리아와의 이혼을 발표한 날은 공공부문 총파업이 예정된 바로 전날이었고, 브루니와 사이 좋게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날은 무아마르 가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를 지나치게 환대했다는 이유로 일주일 내내 언론과 야당의 집중 포화를 당한 직후였다.
보수 성향의 일간 <르 피가로> 는 기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전통을 깨고 1면에 브루니의 사진을 실었는데, 이는 사르코지의 친구인 발행인의 압력으로 내린 결정이었다. 르>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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