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발전소. 푸른 동해바다를 끼고 아담하게 자리잡은 고리원전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새해 초 재가동을 앞두고 막바지 준비가 한창이다.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변지역 주민들이 21일 계속운전에 합의함에 따라 재가동 준비를 마치고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원전시대를 연 고리원전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700여명. 이들은 휴일임에도 상당수 직원들이 출근해 가동중단이후 핵심발전설비인 원자로, 주변기기, 5중 차단벽, 인터로크(과실 차단장치)시스템 등을 점검하고 있었다.
작업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원전을 다시 가동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안전운전에 최선을 다해 안전성 우려를 말끔히 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계속운전 사령탑 이주백 한수원 실장은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마당에 전기요금까지 오른다면 서민들의 삶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며 “값싸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계속운전 결정이 다른 원전에서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리원전 재가동에 반대해온 주변 주민들도 합의 내용에 대해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이다. 고리1호기 수명연장 반대 기장군민 대책위 서용화 홍보팀장은 “한수원측이 제시한 지역개발 및 주민복지사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상생의 정신으로 일부 요구사항은 장기적인 과제로 넘기고 한 발짝 양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에서 주민들은 고리 1호기 계속가동과 고리 3,4호기 출력증강에 동의하고 한수원은 주민들이 제안한 지역개발과 주민복지사업 가운데 1년 이내에 추진할 수 있는 14개 사업에 대해 협력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주민들은 중입자가속기 유치, 도예촌건립, 원자력연구단지건립 등 지역개발 관련 40개 요구사항을 한수원측에 제시하며 고리원전 정문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었다.
고리원전에서 동산 하나를 넘으면 신고리원전 공사현장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부산 기장군 효암리에 1, 2호기,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암리에 3, 4호기를 각각 건설하는 신고리원전은 면적과 발전용량이 고리원전의 각각 4배, 2.5배에 달한다.
신고리원전 제1건설소 박시용 공사기술과장은 “신고리원전은 진도 7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 건설되며 발전된 전력은 전국으로 송출된다”고 말했다.
부산=김창배 기자 kimc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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