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취임하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2009년 2월 퇴임하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한미간 현안 및 북한 핵 문제 등과 관련해 호흡을 맞춰 볼 수 있는 기간은 딱 1년이다.
이 1년 동안 전개될 한미관계의 미래에 대해 미국에서 나오는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두 지도자는 기본적으로 같은 보수 성향을 가진데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 하에서 불거진 한미관계의 손상 부위를 서둘러 복원하려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당선자 취임 이후 전반적 분위기 뿐 아니라 구체적 내용에서도 한미관계가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라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백악관 등에서 “두 지도자는 말이 한결 잘 통할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은 이런 기대감의 반영이다.
그러나 임기 초의 이 당선자와 임기 말의 부시 대통령이 1년 내내 밀월의 시간만을 보낼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다소 성급한 관측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양국 관계가 나아질 것으로 보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구체적 현안에서 걸림돌이 될만한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의 재배치 및 전략적 유연성 확보, 한국군으로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등 한미간 군사적 동맹의 재조정 문제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노 대통령 정부에서 일단락이 됐다.
이 당선자가 양국간 기존의 합의를 극적으로 번복하려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이런 문제들이 갈등을 일으킬 가능성은 적다. 두 지도자가 모두 한미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조기에 실행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을 갖게 하는 요소다.
그렇지만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에 발목이 잡힌 채 임기 말에 내몰리기 전까지는 대북 정책의 기본 노선은 노 대통령 보다는 이 당선자쪽에 훨씬 가까웠다.
문제는 북한 핵 폐기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상호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이 당선자는 그대로인데 북핵 해결을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외교업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 문제에서 과속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부시 대통령이 임기중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핵 해결의 불완전성을 묵인한 채 무리하게 속도를 내려 할 경우 보다 긴 안목으로 완전한 북핵 폐기를 추구하는 이 당선자와의 사이에 불협화음이 발생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당선자가 보수층을 의식한 유세 당시의 대북 노선과는 달리 취임 후에는 보다 유연한 정책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임기말의 부시 대통령과 보조를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견해도 있다.
북핵 해결 이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방안에 의구심을 보여온 이 당선자가 취임후 한미 협의 과정에서 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할 경우 한미간에는 또 다른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미국은 2012년으로 못박은 전시작전권 이양을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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