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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설' '동양의 D. H. 로렌스'가 담담히 그려낸 제국주의 일본, 그 내면의 고요한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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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세설' '동양의 D. H. 로렌스'가 담담히 그려낸 제국주의 일본, 그 내면의 고요한 일상

입력
2007.12.2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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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ㆍ송태욱 옮김 / 열린책들 발행(전2권)ㆍ392, 384쪽ㆍ각권 7,800원

한국 출판시장을 풍미하고 있는 일본 현대소설을 놓고 부박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지만, 1870년대부터 1945년 패전까지 일본 근대소설이 보여준 문학적 성취엔 별다른 이견이 없을 성싶다.

다니자키 준이치로(1886~1965)는 모리 오가이, 나쓰메 소세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가와바타 야스나리, 다자이 오사무 등과 더불어 이 시기를 선도했던 작가다.

등록금이 없어 도쿄제국대학에서 퇴학 당했던 24세 때부터 79세로 타계하기 직전까지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그는 국내에도 소개된 <치인의 사랑> <열쇠> 와 <미친 노인의 일기> 등의 대표작을 통해 독특한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구축했다.

당국의 검열로 연재나 출판을 금지 당한 것도 여러 차례였다. 삶도 다르지 않았다. 세 번 결혼했고 분방하게 여성을 편력했다. 1930년엔 10세 연하의 부인을 동료 문인에게 양도한다는 합의문을 신문에 게재, 사회적 충격을 주기도 했다.

1944~48년에 걸쳐 완간된 장편 <세설> 은 다니자키가 평생 일관되게 추구했던 성적 모티프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1935~41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엔 오사카의 몰락한, 하지만 여전히 기품있는 상류 계층의 네 자매가 등장한다.

서른 살을 꽉 채운 중년-당시 기준으론 30대 이후 여성을 일컬었다-인 셋째 유키코의 혼담을 중심으로, 기혼 여성인 두 언니와 자유연애를 하는 막내의 이야기가 극적 사건 없이 잔잔하게 진행된다.

1920년대 미국에 대해 <위대한 개츠비> 가 그랬듯, <세설> 은 세계 전쟁에 깊숙히 발을 담궈가는 제국주의 일본의 평온한 일상, 특히 간사이(關西) 지역 특유의 풍속을 세세하게 살려낸다.

오히려 남성 작가이기에, 그것도 일평생 여성을 숭배하고 관찰해온 다니자키이기에 가능했던, 여성의 일상에 관한 정교한 묘사는 700여쪽 분량의 이 작품을 지루함 없이 읽어내도록 만드는 힘이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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