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유일한 4선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32년 민주당 대통령후보로 지명 받는 자리에서 '미국 국민을 위한 새로운 정책(New Deal)'을 약속했다. 미국을 대공황의 나락에서 구해내겠다는 '뉴딜' 정책은 경제회복과 구호사업, 금융개혁이라는 미국 경제의 대수술로 이어졌다.
60년대 케네디 사망으로 대통령에 오른 린든 존슨은 '위대한 사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과감한 복지와 인종차별 철폐정책을 펼쳤다. 그 흐름은 80년대 '강한 미국, 작은 정부'를 표방한 레이건 대통령의 등장으로 신자유주의적 노선으로 급선회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제시한 차기 정부의 비전은 '신발전 체제'다. 굳이 '체제'라는 말을 쓴 까닭은 우리 사회의 기본 구조, 즉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된다. 학계에서는 올 초부터 '87년 민주화 체제' 이후에 대해 진보 진영의 '2단계 민주화론'과 보수 진영의 '선진화론'이 뜨겁게 맞부딪쳤다.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라고 주장하는 선진화론의 전도사는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박세일 서울대교수다. 신발전 체제는 선진화론에서 나왔다. 용어 자체도 박 교수가 처음 썼다고 한다. 이 당선자도 "세계 일류국가의 초석을 놓는 체제"라고 설명했다.
▦신발전 체제라는 명칭은 과거 산업화 시대의 고도성장을 재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만 과거 발전전략이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의한 것이라면, 신발전 체제는 경제 자체 동력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정부는 적극 지원만 하는 것이라고 이 당선자 측은 설명한다. 결국 신발전 체제는 성장 드라이브 전략이다.
복지는 그 성장의 혜택이 중산층과 서민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함으로써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무너진 중산층을 복원하는 데 최우선 노력을 기울여 현재 전체 가구의 50% 수준인 중산층 비율을 70%로 늘리겠다고 다짐했다.
▦형평보다 효율 그리고 정부보다 시장을 중시하며, 누구보다 기업을 잘 이해하는 이명박 정부의 등장은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는 심리라는 말처럼 반드시 경제를 살리겠다는 이 당선자의 결연한 다짐 자체가 호재다. 그러나 경제 정책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상당한 시일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 문제다.
그 사이 50%에 육박하는 유례없는 지지율은 언제라도 실망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거창한 정치 슬로건보다 일상에서 직접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손에 잡히는 변화를 원한다.
배정근 논설위원 jkp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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