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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모피의 진화… 겨울 女心 유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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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모피의 진화… 겨울 女心 유혹하다

입력
2007.12.21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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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피가 호사스러움과 희소가치의 대명사였던 시대는 끝난 것일까.

그 이름에서 마조히즘이란 용어가 유래한 오스트리아 작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소설 <모피를 입은 비너스> (1870) 이후, 치명적인 성적 매력을 지닌 팜므파탈과 상류사회의 과시적인 부의 이미지가 샴 쌍둥이처럼 동거하던 이 럭셔리 상품이 지금 패션가에 넘쳐나고 있다.

전문 모피업체뿐 아니라 일반 패션브랜드, 10~20대 여성을 겨냥한 영캐주얼 브랜드까지 쏟아내고 있는 모피. 큰 맘 먹고 지금 사? 말아?

■ 조끼 볼레로 재킷… 패션모피 떴다

올해 모피의 인기는 놀랍다. 인조가 아닌 진품이 비교적 상품단가가 싼 영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생산된 값싼 모피류가 대거 유입되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패션모피의 등장이 그 배경이다. 지구온난화의 결과 겨울철 기온이 상승하면서 모피는 전통적인 보온성보다 패션성에 더 강조점을 두게 됐다.

캐릭터여성복 미샤의 모피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이상희 MD는 “고급 모피인 밍크도 일반 의류처럼 패션성을 가미, 짧고 가볍게 입는 디자인이 대세”라며 “밍크 조끼가 올 겨울 최고 인기상품으로 떠오른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모피의 패션화는 주력 소비층이 중년 이후의 중상류층 부인들에서 20~30대의 직장여성들로 하향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패션모피 브랜드 엘페의 우경아 실장은 “모피 구매층이 넓어지면서 유행에 민감하고 실용성을 선호하는 분위기라 짧은 재킷이나 조끼, 패딩이나 니트 소재와 모피를 섞어 가격은 내리고 패션감각은 살린 패션모피군이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13개 업체에 납품하는 모피 전문 프로모션업체 상지의 엄기호 대표는 “소위 마담브랜드로 알려진 모피 전문업체들의 매출이 부진한 반면, 일반 패션브랜드에서 내놓는 모피 상품들의 인기가 치솟은 것도 모피의 소비층이 디자인을 중시하는 젊은 여성들로 바뀌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 지금 사자, 가격 대비 품질을 따진다면

모피의 호사스러운 멋을 동경해왔다면 지금이 모피 쇼핑의 적기다. 우선 가격 대비 품질이 좋다.

북미모피협의회 한국지사의 브래드 박 지사장은 “지금 시중에 깔려있는 제품은 지난 2월 열린 세계 모피경매에서 구입한 원피로 제작한 상품들이 대부분”이라면서 “당시 세계 원피의 60% 이상을 소비하는 큰손인 중국 상인들이 중국 정부의 모피관세 중과세 정책에 따라 대거 입찰을 포기, 원피 가격이 20~30% 가량 하락했다.

한국 상인들로서는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산 좋은 기회였고 당연히 같은 가격이라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 모피 제품이 품질이 더 좋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5월에 열린 모피 경매에서는 중국 상인들이 돌아와 가격이 원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에 내년도 상품엔 이 원재료 가격이 반영될 것이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적절한 가격인가’ 하는 차원에서도 지금이 구입하기에 좋다. 브래드 박 지사장은 “알게 모르게 모피업체들끼리 이 이하의 가격으로는 팔지 말자는 가격 담합이 있었으나 그것이 10월 이후 깨졌다.

보통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할인율이 높아지는 만큼 모피 전문 브랜드에서 구입한다면 상당히 싸게 살 수 있는 시기”라고 귀띔했다. 모피 가격은 밍크 풀 스킨(한마리의 모피를 통째로 이용하는 것)이 재킷 300만~600만원대, 쪽밍크(조각 밍크를 이어붙여 제작한 것) 재킷이 100만~150만원대. 이중 유통 마진이 절반에 이른다.

■ 사지 말자, 유행과 계절 감각에 민감하다면

2007년도 며칠 남지않았으니 ‘겨울상품을 구매하기는 좀 늦었다’ 싶다면 구입을 미루는 것이 현명하다. 상지 엄기호 대표는 “보통 2월에 옥션에서 원피를 구입해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하는 시기가 8월께”라면서 “패션모피의 생명은 유행에 맞느냐 아니냐이기 때문에 차라리 한 시즌 기다려 최신 디자인제품을 사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또 “전통적 디자인의 모피의류는 리폼을 해서 재활용할 수 있으니 유행에 상관없이 가격이 맞으면 사도 좋지만 최근의 패션모피들은 그 자체가 일반 의류처럼 재단되기 때문에 리폼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복병은 날씨다. 엄 대표는 “주식 선물투자를 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원피의 가격 동향을 추정하는 것”이라며 “이번 겨울 날씨가 추우면 원피 가격의 급상승을 가져오겠지만 지난해에 이어 따뜻할 경우 원피 가격 폭락도 가능하기 때문에 모피 구입을 저울질한다면 날씨에 민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희 기자 summ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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