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대선에서 눈 여겨 볼 특징 중 하나는 과거 대선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수도권에서 일방적 독주를 했다는 점이다. 유권자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은 역대 대선에서 특정 정파의 석권을 허락하지 않는 접전지였다.
이 당선자는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에서 49~53%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3~24%에 그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더블스코어 차로 이겼다. 어느 한 곳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은 싹쓸이 승리였다.
과거 대선은 달랐다. 1997년 대선에서는 국민회의 김대중 당선자(42.0%)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38.3%)를 3.7%포인트 차이로 신승했고, 2002년 대선에선 민주당 노무현 당선자(50.9%)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44.6%)를 6.3%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이외에 각종 선거에서도 여야의 득표율 차이는 10%포인트 이내였다. 때문에 수도권은 각 지역 민심의 총화로서 여론의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 당선자의 '수도권 장악'은 1차적으로 이 지역 유권자의 보수화 경향을 반영하는 것이겠지만, '청계천 복원 성공'으로 대표되는 서울시장 경력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
선거 과정에서도 이 당선자는 '영남 후보'와 함께 '수도권 후보'란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로 이 당선자가 얻은 표를 분석하면 수도권 득표율은 대구ㆍ경북 지역의 69.4%~72.6%보다 낮았지만, 득표수만 따지면 588만여표로 대구ㆍ경북의 191만여표보다 월등히 많았다.
수도권이 지역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낸 정황은 또 있다. 서울 강남과 분당 평촌 용인 등에서 이 당선자의 득표율은 전국 평균 48.7%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참여정부 들어 종합부동산세 과세로 세금폭탄이 집중됐던 이 지역에서 현안을 놓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조사연구소 연구실장은 "2005년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놓고 지방권력과 충돌하면서 서울이 지방에 대비되는 지역으로서의 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이번 대선으로 '서울 지역주의'가 확고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 실장은 "수도권 표 쏠림은 일시적인 게 아니라 하나의 추세로 자리잡아 다음 선거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내다봤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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