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이명박 당선자의 대북정책은 큰 틀에서 상호주의를 전제로 하는데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지.
박건영 교수= . 다만 기계적인 맞교환을 하지 않고 등가성 여부에서 차이가 나서 논란이 됐다. 지난 10년간 상호주의는 시간적 유연성을 뒀다고 볼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시점에서 뭘 받아내겠다고 하면 남북관계는 경색될 가능성이 많다. 새 정부는 엄격한 상호주의와 일방적 퍼주기 사이에 정책의 위치를 두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유환 교수= 이 당선자나 한나라당이 선거 초반에 제시했던 신한반도 구상이나 한반도 평화비전은 큰 틀에서 보면 신(新) 포용정책이다. 단지 상호주의를 다소 강화하면서 선후를 좀더 따지자는 것이다. 비록 선(先) 비핵 개방이라는 전제가 있지만 경제협력 활성화, 대북 지원으로 평화정착을 하겠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의 연속선상에 있다. 이회창 후보가 출마하면서 이 당선자도 같은 입장이 됐지만 종전 방향으로 갈 걸로 생각한다. 강경보수 등 지지세력으로부터 얼마나 자율성을 갖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_이 당선자는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가 대북지원의 전제라고 했는데.
고 교수= 당선자의 '3000'(先) 핵 폐기, 후(後) 협력으로 이해된다. 전체 기조는 ''.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집권 초기에 선 핵 폐기를 관철하려다 실패했다. 9ㆍ19공동선언, 2ㆍ13합의는 모두 선 핵 폐기를 철회하고 ''. 기존의 6자회담 틀로 가면서 남북관계가 비핵화를 촉진하는 하나의 채널로 활용해야지 선 비핵화를 걸어놓고 남북관계를 연계시키면 과거 경험했던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박 교수= 부시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직후 지난해 하노이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을 폐기하면 평화협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 여기에도 'If(~한다면)''If'. 당선자가 미국과 엇박자를 내거나 6자회담의 진전에 장애가 되는 대북정책을 내놓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핵 폐기는 전제가 아니라 병행 카드일 것이다.
_당선자는 대북 포용정책을 전면 재검토했다. 실제 차이가 날 부분은 어디인가.
박 교수= 부시 행정부의 집권 초기 정책은 빌 클린턴 행정부의 정책은 다 뒤집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새 정부도 초기에는 참여정부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10ㆍ4 정상선언 중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프로젝트는 재검토되겠지만 전반적인 기조가 변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고 교수= 한반도 정세가 중대국면에 있기 때문에 새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북한의 연내 핵 신고 이행여부에 따라 3단계 협상이 시작될 국면이다. 새 정부가 남북관계를 후퇴시키거나 경색시킬 때 부담이 클 것이다. 방법론에서 변화를 줄 수 있겠지만 큰 기조는 그대로 가져갈 것이다. 북한도 남측의 비판세력을 무마시키고 기존의 화해협력을 진전시키기 위해 새 정부에 선물을 줄 가능성도 있다.
_당선자가 북방한계선(NLL)을 영토개념으로 보고 손대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10ㆍ4 정상선언의 서해평화지대 구상이 이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 교수= NLL은 이미 국경으로 간주해왔기 때문에 당선자가 서해평화지대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고 연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남북기본합의서에 NLL은 추후 협의하되 결정이 날 때까지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돼 있다. 새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의 틀로 NLL 문제를 다루는 게 이니셔티브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다. NLL문제는 당분간 그대로 두다가 남북통합이 이루어질 때 해결하는 게 바람직하다.
고 교수= 남쪽이나 북쪽이나 NLL이 뜨거운 감자이기는 마찬가지다. 남북이 모두 NLL을 당분간 보자기에 싸두고 큰 틀에서 평화협력을 도모할 가능성이 있다.
_북한은 어떻게 나올 것인지.
고 교수= 연초만 해도 북한은 반보수대연합, 반 이명박을 신년 공동사설에 내걸었다. 이회창 후보가 나오면서 북쪽이 타깃을 돌렸다. 이 후보 정도의 노선만 아니면 괜찮다고 본 거다. 지금 북쪽은 관망 상태인데 이 당선자가 조금만 맞추면 같이 갈 수 있지 않나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쪽도 오래 전부터 남쪽의 정권변화에 대비해 왔다.
박건영, NLL부담 서해프로젝트 연기 가능성 높아
한미관계, 보다 협력적 분위기 형성될 것
고유환, 부시 집권 초 先비핵화 실패 오류 살펴야
北도 南정권변화 대비… 함께 갈 수 있어
박 교수= 1970년대 미중 관계개선은 반공주의자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했다. 반공투사인 닉슨이 하면 안전하다는 설득이 가능했다. 이 당선자도 현 정부의 대북노선 수준을 유지해도 지지세력 이반 등의 부담이 없다고 판단하면 북쪽에 강경할 가능성이 낮고 북쪽도 그렇게 예상할 것이다. 북쪽도 남쪽의 권력변화가 결정이 된 이상 보수정권과 상대하지 않겠다고 나오지는 않을 거다. 사실 북한은 김대중-클린턴 행정부 시절 실기한 경험이 있어서 더 많은 이익을 기대하고 (비핵화) 과정을 연기할 가능성은 낮다.
_한미의 정권변화 시기에 북한이 더 많은 이익을 얻으려고 시도할 가능성도 있지 않나.
박 교수=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 해명에 북한이 얼마나 적극적이냐에 달려 있다. UEP의혹으로 2차 북핵위기가 촉발됐는데 미국은 현재 UEP 존재에 대해 과거보다는 신뢰도를 낮춘 상황이다. 미국이 향후 개발을 우려, 장비나 부품을 없애라는 정도로 출구를 열어두면 해결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바보가 아닌 이상 미국의 차기 정부에서 더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을 거다. 민주당은 9ㆍ11테러 이후 안보문제에서 유약하다는 인식을 깨려고 하기 때문에 공화당보다 입장이 강하다.
고 교수= 북한은 ''. UEP나 일본인 납치문제도 부분적으로 시인했는데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 강경파들의 입지만 강화됐다. 또 UEP 개발을 시인하면 제네바합의를 먼저 깬 게 돼 경수로를 제공받는 문제가 불확실해질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으로 카드를 다 쓴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 이 호기를 놓치면 안 된다. 개인적으로 북측 고위인사에게 지금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않으면 실기할 것이라고 충고한 바 있다.
_한미관계는 어떤 변화가 있겠는가.
박 교수= . 미국 내에서도 우방이나 동맹국에 ''. 9ㆍ11테러 이후 우방국에도 너무 과하게 대했다는 것이다. 한국이 보다 친미적 자세를 취하고 동맹국 외교에 대한 미국의 반성이 결합되면 보다 협력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과공(過恭)이다. 미국도 우리측에 과거 권위주의 시절의 추수외교보다는 합리적인 외교를 바란다. 새 정부가 과공하지 않고 외교적 분별력을 갖는 게 한미관계의 장기발전을 위해 중요하다.
고 교수= .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해야 될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시작전통제권만 해도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어차피 가게 될 길이었다. 선거차원에서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박 교수= 참여정부 들어 미국이 대북문제와 관련해 자신의 이익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기에는 부담스러워졌다. 과거 마음대로 주물렀던 한국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 미국의 진짜 불만은 노무현 정부가 노골적인 연계정책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라크 파병을 해주면 북핵 문제를 해결하라는 식이 한미간 불신을 야기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중시하는 것은 예측가능성이다. 실무 선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는데 대통령이 뒤집는 식의 발언을 하면 협상이 불필요해지는 것이다.
_일각에서는 전작권 환수로 우리측의 비용부담이 커진다는 지적도 한다.
박 교수= 북한의 위협에 대해 정확하게 평가해야 한다. 수 십 년간 주한미군과 한국군은 첨단 무기화에 엄청난 투자를 해 재래식 전력에서 북한의 위협이 급감했다.
_동북아 지역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박 교수= 한국은 한미일 3각 협력을 추구해야 하지만 중국 러시아 북한과의 대결구도에 흡인돼서는 안 된다. 한미동맹에 중심을 두되 국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탄력적으로 구사해야 한다. 강대국의 역학관계를 정확히 파악,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하고 그 위치에 자신을 올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새 정부가 그런 능력을 갖추길 바란다.
고 교수= 3각과 북방 3각이 중첩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입지가 어려울 때는 전략적 모호성으로 움직이다가 균형자론을 내세웠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워낙 크니까 제대로 정착시키지 못했다. 새 정부의 한미관계 강화가 북방국가를 자극할 수 있다. 양자에서 다자 구도로 변환 동북아 전략을 새롭게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진=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정리=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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