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어제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화합 속의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60년 동안 대한민국이 성취한 건국과 산업화 민주화에 이어 '선진화'를 '이명박 정부'에 부여된 시대적 요구로 규정하고, 그에 이르는 길로 '화합 속의 변화'를 제시한 것이다. 분노와 증오, 거짓의 정치로 우리 사회를 선진화할 수 없다는 지적은 백번 맞는 말이다.
권력의 추가 10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옮겨졌다. 정치ㆍ사회적 갈등과 긴장이 없을 수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의 '과거'를 둘러싸고 첨예한 공방과 대립이 벌어졌고 그런 갈등은 '이명박 특검법'을 통해 계속 진행형이다. 아울러, 예전보다는 완화됐다지만 개표결과를 보면 지역대립 구도가 여전한 점도 확인됐다.
이런 상황에서 당선자가 화합을 특별히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면서도 적절한 자세라고 본다. 이념보다 실용을 중시한다는 언급도 같은 맥락이다.
선진화를 향한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권 내부는 물론 사회 전반의 대립과 갈등을 해소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당선자가 "저부터 마음의 응어리가 있다면 풀겠다"면서 적극적으로 화해 의지를 밝힌 것은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대 현안인 '이명박 특검법'을 둘러싼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어제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줄 것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했으나 청와대측은 "달라진 게 없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이 법을 밀어붙인 대통합민주신당도 입장변화가 없는 만큼 특검 진행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특검이 마냥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정략으로 흔들리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신당도 대선 패배의 진정한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깨달았다면 특검을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성향이 다른 정부 간에 정권 인수인계가 이뤄지는 만큼 마찰과 오해가 발생하지 않게 서로 주의해야 한다. 노 대통령은 어제 이 당선자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인사를 하면서 정권 이양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최대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김대중 정부로의 정권 인계인수 과정에서는 일부 권력기관이 임의로 자료를 폐기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화와 투명화를 자랑하는 참여정부에서 그런 일이야 없겠지만 정해진 절차에 따라 차질 없이 인수인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부 각 기관들도 눈치보기나 새 정권에 줄대기 유혹에 흔들리지 말고 업무의 연속과 안정을 기하면서 정권 인계와 새 정부 출범 준비에 협조하기 바란다.
이 당선자는 이번에 전례 없이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하지만 과반을 넘는 유권자들이 그를 지지하지 않았거나 그에 반대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진정한 화합은 겸허한 자세로 그들을 포용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이 당선자와 거의 비슷한 지지율로 당선됐던 노 대통령이 초심을 잃고 포용이 아니라 '나만 옳다'는 식의 독선과 편 가르기로 일관함으로써 민심의 이반을 부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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