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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금 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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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금 쥐해

입력
2007.12.2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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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어머니가 쥐를 잡는다고 부엌 여기저기에 쥐약을 놓았다. 궁금해진 나는 부엌으로 난 쪽문 구멍에 눈을 대고 지켜보았다. 한참 뒤 털에 윤기가 흐르는 새앙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 아직 어린 녀석이었다. 쥐약으로 버무린 보리밥을 담아 놓은 접시 주변을 조심스럽게 돌며 냄새를 맡던 녀석이 갑자기 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바람에 난생 처음 쥐의 눈망울과 마주했다. 그렇게 맑고 초롱초롱할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문을 열어 녀석을 쫓았다. '미키 마우스'를 접하기 전에 꽤 귀여운 새앙쥐의 기억을 갖게 됐다.

■쥐에 대한 전통적 인식은 양극단을 오간다. 무속신앙에서 쥐는 자주 영물로 등장한다. 미륵에게 물과 불의 근원을 가르쳐 주고 세상의 뒤주를 차지할 권리를 얻는가 하면, 승려가 흰 쥐로 변해 적진으로 들어가 활과 화살을 갉아 외적을 물리치기도 한다. 반면 고전소설 <옹고집전> 에서는 옹생원으로 변신하는 요물로 나온다.

깎은 손톱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는 금기도 쥐가 주워먹고 사람으로 둔갑한다는 설화와 관계가 깊다. 속담은 '쥐가 소금 나르듯 한다'처럼 부지런함을 평가한 것도 있지만, 도둑질처럼 하찮고 약삭빠른 짓을 꼬집은 게 많다.

■쥐는 흔히 재물과 연관됐다. 부지런히 먹이를 모아 놓는 습성 때문이지만, 음양오행 사상과도 통한다. 쥐는 앞 발가락은 네 개, 뒤 발가락은 다섯 개로 한 몸에 음(4)ㆍ양(5)의 기운을 지닌 야누스적 존재다. 하루의 끝이자 시작이 자시(子時)이고, 12지신의 선두를 차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음양화합(4+5)의 결과인 9는 한 자릿수 가운데 유일하게 양의 수(3)의 제곱이고, 같은 수를 곱할 때 가장 크게 늘어난다. 왕성한 번식력에 이런 추상적 관념이 결합, 쥐는 다산의 으뜸 상징이 됐고, 아들 자(子) 자로 표시한다.

■2008년은 무자(戊子)년이다. 무는 오행에서 흙(토)의 기운에 해당하고, 색으로는 노랑(黃)이다. 빨강 돼지해인 올해를 황금 돼지해라고 떠들었지만, 실은 새해가 황금 쥐해이다.

쥐가 다산의 으뜸 상징이고, 전통사회에서 당연히 생산력과 재물의 증대가 따랐음을 생각하면 재물 운세가 유난히 강한 해라고 볼 수 있다.

공교롭게도 '경제 대통령'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도 어찌 보면 쥐와 많이 닮았다. 새해 세계경제 전망이 밝지 않아 우리경제의 주름살이 우려된다. 경제가 경제주체의 심리에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허황된 생각에라도 기대고 싶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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