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전통의 옻칠공예품을 널리 보급할 수 있게 돼 여한이 없네요.”
‘조선의 옻칠장인’이라는 자부심으로 50여년간 옻칠공예의 외길을 걷고 있는 김광열(71)씨. 전북무형문화재 제11호(1993년지정) 목기장인 김씨가 옻칠목기가 화학재료인 ‘카슘’제품에 밀려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옻칠분무장치’를 개발했다. 지난달 9일 특허등록까지 된 이 제품은 옻이 물과 공기에 흡착돼 분무할 수 있도록 고안돼 균일한 옻칠을 가능케 한 김씨만의 발명품이다.
김씨는 “납성분과 포르말린이 함유돼 일본에서도 잘 안 쓰는 ‘카슈’목기가 옻 제품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며 “이 제품 개발로 일손을 7분의 1로 줄일 수 있어 옻칠목기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옻이 얼굴로 분사돼 옻이 오르기도 하고 분사기에서 나오는 옻이 물과 흡착하지 않아 붓칠 느낌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것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다 보니 6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제품개발비용도 1억원 이상 들었다.
김씨는 “전통방식에만 매여 시대와 호흡하지 못하면 전통공예는 사라지고 만다”고 역설한다. 그가 최근 이 장치를 개발하며 옻칠의 현대화 대중화 작업에 몰두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김씨는 옻칠공예를 3대째 이어가고 있다. 그의 아들 태훈(34)씨에게 전수작업을 할 만큼 옻칠공예에 대한 고집이 강하다. “손재주가 뛰어났던 할아버지는 스님들이 식기로 사용하는 바리전수부문의 일인자였습니다. 장인의 혼이 서려 있는 할아버지의 옻칠제품을 보며 설렌 제 마음을 어느새 아들도 느끼고 있습니다.”
“혼과 정성이 들어가지 않으면 사람들에게 감흥을 주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김씨는 지금도 좋은 옻과 목기에 쓰일 나무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면 전국 어디든 달려가 수집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장에는 물푸레나무, 박달나무, 오리나무 등 목기에 쓰일 7개월 이상 된 원자재가 쌓여있다. 제품 크기에 맞게 절단된 원목도 5개월 이상 건조돼 있다.
김씨는 “옻은 땅속에 묻혀서도 1만년을 갈 만큼 내구성이 뛰어난 친환경 소재이며 최근에는 노화방지와 항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아들과 함께 대중화 작업에 꼭 성공해 옻칠공예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널리 알리겠다”고 다짐했다.
글ㆍ사진=박관규기자 qoo7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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