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자금 조성과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을 수사할 특별검사가 임명됐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의외의 인물을 특검으로 낙점하면서, 그 의도와 특검 향배를 놓고 법조계의 의견이 분분하다.
노 대통령이 20일 임명한 조준웅(67ㆍ사시12회) 특검은 검찰에서 특수수사가 아닌 공안사건 전문으로 활동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삼성 사건은 그룹 차원의 비자금 조성과 사용, 전환사채(CB) 등을 동원한 불법 경영승계 의혹 등 기업 비리와 관련된 전형적인 특수수사 사건이다.
대한변협도 사건의 성격을 고려, 특수수사통이었던 정홍원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조 특검과 고영주 변호사가 함께 추천되긴 했지만, 두 사람 모두 공안검사 출신이라 법조계에서는 정 변호사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조 특검도 전날까지 기자들에게 "나는 특검에 낙점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선택은 달랐다.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특수수사는 계좌추적, 피의자 신문 등 수사 노하우가 공안 사건과 판이하게 다른데 변호사 출신으로서 이런 사정을 모를 리 없는 노 대통령이 어떤 의도에서 조 변호사를 임명했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항간에서는 "노 대통령 당선축하금 의혹이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돼 있어 후보 중 다소 약체를 고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노 대통령은 2003년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특검' 당시 특검 후보로 검사 출신과 군법무관 출신이 추천되자, 수사 경험이 전혀 없는 군법무관 출신의 김진홍 특검을 임명했다. 당시 이 특검은 전혀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검사 출신인 만큼 수사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다른 검찰 간부는 "특수통이든 공안통이든 '검사'라는 기본기를 무시하면 안 된다"며 "의지를 갖고 사건을 파헤치면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검찰 특별수사ㆍ감찰본부가 삼성증권 압수수색 등을 통해 수천억원대가 오고간 차명의심계좌 500여개를 찾아낸 것은 특검 수사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특수본부 관계자는 "김용철 변호사의 주장 밖에 없던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상당한 성과를 냈다"며 "이 기초자료에서 거슬러 올라간다면 삼성 비자금 등 의혹은 실체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고주희 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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