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0여년 동안 전세계에서 인기를 모은 영국 작가 이언 플레밍의 <007> 시리즈 주인공 제임스 본드를 본격 연구하는 대학 과정이 개설됐다.
실존 인물이 아닌 소설과 영화 속 가공 캐릭터를 대학 강좌의 주제로 삼는 것은 극히 드문 일로, 웨일스의 명문 카디프대학이 이 같은 이색적인 시도에 나섰다. BBC 인터넷판이 17일 소개한 바에 따르면 카디프대학은 10주 코스의 ‘제임스 본드의 시대 배경’이란 강좌를 내년 1월 개강하는데 이미 15명의 재학생이 수강을 신청했다.
강의를 맡는 하이웰 딕스 교수는 자신도 <007> 소설과 영화의 팬이라며 “이번 기회를 학생과 함께 제임스 본드 현상을 낳은 소설과 영화, 출연 배우, 음악과 시대적 배경을 깊게 천착하는 시간으로 삼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딕스 교수는 지난해 대니얼 크레이그가 새로운 스타일의 제임스 본드로 열연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한 <카지노 로얄> 이 개봉된 뒤 007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강좌를 개설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1950년대 이후의 영국 대중문화에 대한 권위자이다. 카지노>
이언 플레밍의 소설에서 제임스 본드가 처음 등장한 것은 52년 작 <카지노 로얄> 로, 발간되자마자 ‘문학적 현상’을 일으켰다. 이는 62년 플레밍의 소설을 최초로 영화화한 <닥터 노> 에서 제임스 본드로 분한 숀 코너리가 일약 영웅으로 부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첫 <007> 시리즈인 <카지노 로얄> 은 대니얼 크레이그의 2006년 작으로 부활해 전세계 흥행에서 메가 히트를 기록했다. 딕스 교수는 “<007>이 자체의 문학적 아우라를 갖고 있으며 그것이 어필하면서 다시 소생하고 인기를 끌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지노> 닥터> 카지노>
그는 자신이 가르칠 10주 과정 가운데 2주 동안은 53, 54년 제임스 본드 소설의 텍스트를 살펴보는데 주력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출판된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이나 킹슬리 에이미스의 <럭키 짐> 등도 다룰 계획이라며 “이들 소설은 ‘역사적인 현상’으로서 당시의 냉전시대적 정치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럭키> 반지의>
그는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제임스 본드 소설과 영화가 나온 시대상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강의에선 또 세계 각국어로 번역된 <007> 시리즈 영화를 고찰하는 시간도 갖는다.
이언 플레밍은 64년 사망했지만 그 후에도 제임스 본드 소설은 킹슬리 에이미스와 로버트 마컴, 존 피어슨, 존 가드너와 레이몬드 벤슨에 의해 계속 창작되면서 ‘진화’를 거듭했다. 여기에 더해 찰리 히그슨이 이언 플레밍 재단의 승인을 받아 제임스 본드의 젊은 시절에 관한 책을 잇따라 출간했다. 올해 7월 작가 세바스천 포크스는 2008년에 새로운 제임스 본드 소설을 탈고해 달라는 의뢰를 정식으로 받았다.
딕스 교수는 6명에 이르는 역대 제임스 본드 가운데 누구를 가장 좋아하느냐는 질문에 “다른 많은 사람과 마찬가지로 숀 코너리다. 그가 연기한 제임스 본드가 제일 위트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선호하는 영화는 로저 무어가 주연을 맡은 <리브 앤 렛 다이> 라고 한다. 리브>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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