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상승→우대금리 잠정 중단→가산금리 인상.'
금리 재앙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장기로 치면 차(車) 포(包)까지 떼인 격이다. 대출이자를 결정하는 3대 축(기준, 가산, 우대 금리)이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으면서 대출자들은 삼중고(三重苦)에 시달려야 할 판이다. 은행들이 기존 대출금까지 회수하는 상황이어서 가계의 어려움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재앙의 원인은 은행의 극심한 자금난. 은행들은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CD 발행 확대로 재원조달에 나섰지만 수요공급의 불균형으로 CD 금리 상승세만 부채질했다. 급기야 은행이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가산금리까지 속속 올리고 있다. 우리은행은 17일부터 우대금리 혜택까지 잠정 중단했다.
단순히 수급 불균형을 넘어 은행의'돈 가뭄'이 최악이라는 사실을 은행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의 원초적인 수익이다. 이를 낮추는 것은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영업전략으로 통한다. 연일 치솟는 CD 금리 때문에 대출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은행이 최근 마지막 안전판으로 여겨지던 가산금리까지 올렸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0.20%포인트 인상하기로 해, CD 금리 인상분까지 반영한 최저 금리가 지난 주초보다 0.27%포인트, 지난달 12일에 비해선 0.52%포인트 급등했다. 기업은행과 외환은행 역시 가산금리를 0.06%포인트 올렸다.
우리은행은 가산금리는 아니지만 또 다른 고객 유인책인 우대금리를 연말까지 폐지해 담보대출 금리를 무려 1.30%포인트나 올렸다. 이는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중단을 의미한다.
실제 우리은행 지점 직원들은"다른 은행보다 0.7~0.8%포인트 비싸고 우대금리 혜택 중단이 언제 풀릴지 모르니 (타 은행과 비교해) 잘 생각해 보라"며 대출을 기피하는 분위기다.
올 들어 대출 금리의 가파른 상승세를 쉬지 않고 주도한 CD 금리의 상승요인은 여전히 막강하다. 14일 CD 금리는 전날보다 0.03%포인트 급등한 5.74%를 기록하며, 2001년 6월 2일(5.75%) 이후 6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즉각 이자부담으로 옮겨갔다.
하나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17일 연 7.04~7.74%로 지난달 12일에 비해 0.39%포인트나 올랐다. 신한은행 역시 한달 만에 0.37%포인트 올라 17일 현재 연 6.72~8.12%다. 농협은 최고 금리(8.15%)가 가장 높았다. CD 금리가 안정되지 않는 한'이자 폭풍'은 가라앉을 기미가 없다.
재앙을 부추길 복병은 또 있다. 2005년에 가입해 내년에 거치기간이 끝나는 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일정기간 이자만 낸 뒤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는 방식)의 원금 상환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5년 초 2억원을 빌렸다면 CD 금리 급등(약 2.2%포인트)으로 연간 이자부담이 440만원 이상 늘어나는 데다 2억원의 원금도 매달 나눠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하준경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최근 신규 대출 중단 등은 은행의 방만한 대출을 억제하기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점에서 가계의 자금대란은 내년에도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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