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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기자의 디지털 세상읽기] 델컴퓨터 무더기 '분홍 봉투'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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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기자의 디지털 세상읽기] 델컴퓨터 무더기 '분홍 봉투'의 교훈

입력
2007.12.20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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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들이 연말마다 치르는 행사가 있습니다. 한 해 실적에 따른 개인별 연봉 협상 등 인사 평가입니다. 이때마다 어김없이 전해지는 괴담 같은 무서운 이야기가 바로 ‘분홍 봉투’ 입니다.

인사평가에서 분홍 봉투의 의미는 예쁜 색깔과 달리 퇴사를 의미합니다. 더 이상 당신과 일할 수 없다는 신호지요. 마이크로소프트(MS), 델(Dell) 등 외국계 기업들은 대부분 분홍 봉투 제도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올해 한국 델컴퓨터에 분홍 봉투 한파가 몰아쳤습니다. 델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지만 업계에 알려지기로는 국내 영업직의 40% 가량이 분홍 봉투를 전달 받았다고 합니다. 일부는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하고 일부는 중국 다롄(大連)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합니다.

델컴퓨터 국내 지사에 분홍 봉투가 무더기로 전달된 이유는 그들의 전통적인 영업방식이 국내에서 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델이 미국에서 성공한 비결은 텔레마케팅입니다.

컴퓨터를 살만한 기업이나 개인에게 무작정 전화를 걸어서 영업을 하는 방식이지요. 마찬가지로 컴퓨터를 구매하고 싶은 개인이 있으면 전화로 주문을 받아서 판매합니다. 이 방식을 통해 낮춘 유통망 비용을 가격에 반영해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 방식이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급기야 델은 국내에서 마감 시간 ‘협상’이라는 편법(?)까지 동원했습니다. 즉 주말 저녁 시간대에 전화 상담을 하면 실제 판매가격보다 더 할인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의 전화상담 판매는 국내에서 크게 늘지 않았고 결국 국내에서 오프라인 유통망을 이용한 판매에 들어갔습니다.

델의 방식은 국내 기업들에게 ‘현지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국내 온라인게임이나 인터넷 검색 서비스 등이 외국에 나가서 고전하는 이유도 바로 현지의 문화나 현지인들의 습성을 이해하지 못한 현지화 실패에 있습니다.

델의 사례는 결국 독자 방식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에서는 현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교과서 같은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연진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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