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된 기름 방제도 중요하지만 체계적인 생태계 복원작업이 시급합니다."
스페인 국립 바르셀로나자치대학 루이스 렘코프(Louis Lemkowㆍ60) 박사 등 해양생태 전문가 4명이 15, 16일 이틀동안 기름유출 피해현장을 둘러본 후 이같이 말했다. 한국외대와 평택대 초청으로 방한한 이들은 2002년 11월 스페인 북서부 해안에서 6만 3,000여톤의 기름이 유출된 '프레스티지'호 침몰사고 후 생태계 복원을 자문, 1년만에 수산물 생산 등을 가능케 했던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상당량의 원유가 유출되었기 때문에 적지않은 환경피해는 불가피하지만 문제는 생태계의 복원"이라고 강조했다. 렘코프 단장은 "피해지역에서 채취한 조개류와 모래샘플, 원유 등을 스페인으로 보내 성분분석을 한 후 한국의 생태계 복원에 도움이 되는 조언을 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화학을 전공한 안토니 로세이(Antoni Rosellㆍ47) 박사는 국내 전문가들과의 간담회에서 "파도가 미치지 못하는 바위해안 지역은 당장 기름을 수거해도 3~5년 이상 기름이 계속 흘러 나올 수 있다"며 "그렇다고 인위적인 방법을 사용해 기름을 제거하면 생태계를 파괴하게 돼 후유증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염원을 빨리 제거하기 위해 바다 밑이나 백사장의 모래를 제거하는 것은 아주 좋지않은 방법"이라며 "정치ㆍ사회적인 이유로 오염원 제거를 서두를 수밖에 없지만 시일이 걸려도 자연치유가 가장 좋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사고 이후 각 지점마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 기존의 퇴적물과 해안생태계 정보와 비교하면서 복원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방문한 현장마다 신속하게 기름이 제거되고 자원봉사에 참여한 우리 국민들의 열의를 보고 "놀랍다"는 말을 연발했다.
한편 16일 사고현장을 둘러본 국제연합(UN)과 유럽연합(EU)의 환경.생태 분야전문가들은 유처리제 사용의 논란과 관련해 "국제적 기준에 따라 유처리제를 쓰는 것은 정상적"이라며 "오염 상황과 지역에 따라 다르게 사용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태안=허택회 기자 thhe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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