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6일 검찰의 BBK사건 재수사를 위한 지휘권 발동 검토지시는 대선 과정에서 형성된 ‘반(反) 이명박 대열’에 청와대가 합류한 것을 의미한다.
그간 청와대는 대통합민주신당의 BBK 수사 검찰에 대한 탄핵 추진과 직무 감찰 요구에 미동도 하지 않았다. 내부에서는 검찰 수사 결과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검찰의 상급기관으로서 수사결과를 부정해야 하는 딜레마 때문에 “차라리 특검이 더 낫다”고 우회적인 훈수를 뒀을 뿐 직접 개입은 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노 대통령은 이명박 후보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면서 중립적인 모습을 유지했다.
그러다 ‘이명박 동영상’을 고리로 청와대는 검찰을 압박할 수 있는 명분과 이명박 후보를 공격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고 판단, 검찰의 재수사 카드를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 지시의 핵심은 국민적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재수사를 검토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적 의혹 해소’는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 대선후보들이 주장해온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명박 후보에게 쏠린 BBK 의혹을 청와대가 선거 막판에 최고조로 강화시키면서 자연스럽게 대선의 한 복판으로 나온 셈이다.
여기에는 내년 4월 총선까지 BBK 의혹을 이슈화하려는 신당의 정치적 의도와도 맥이 닿아있다. 이명박 후보를 최대한 흠집 내면서 총선까지 한나라당을 흔들 수 있는 공격지점을 유지하기 위한 노림수가 들어 있다. 아울러 이번 조치는 18대 총선에서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신당의 지도부와 정치적 융합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측면도 있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청와대는 구경꾼의 역할에 머물지 않고 기어이 대선 판에 끼어 들었다. 이를 통해 노 대통령 및 범 여권 지지 층을 결집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각에선 신당 정동영 후보 지지율 제고에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노 대통령의 전면 등장이 동영상을 매개로 한창 공세국면을 맞고 있는 범 여권의 기세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신당이 이날 청와대의 발표를 그다지 반가워 하지 않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는 지적이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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