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가 17대 대통령 선거를 맞아 크게 술렁이면서 어수선하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는 시기에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하지만, 이번엔 그 정도와 행태가 유난히 심하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신분과 처우가 보장된 공직사회가 이토록 흔들린다는 것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공복의 자세를 허물어왔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렇게 허접한 공직사회를 부양하느라고 허리가 휘도록 일하면서 온갖 정책실패의 후유증을 겪어온 국민들은 분통이 터질 노릇이다.
가장 볼썽 사나운 것은 참여정부가 멋대로 늘려온 조직과 인원을 차기 정부에서도 유지하기 위해 갖가지 인맥을 찾아 줄을 대는 것이다.
현재 정부직제인 18부 4처 17개청 모두가 제각각 살 길을 찾거나 보신을 위해 백방으로 뛰는 심정이야 이해는 되지만, 5년 동안 9만명 이상 늘어난 대대적인 정부조직의 수술을 요구해온 민심과 '작은 정부'가 대세인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보면 참으로 어처구니 없다. 유력 대선후보의 수많은 결점에도 불구하고 지지도가 급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서도 드러난다.
다음으로 꼴불견은 참여정부의 편 가르기식 정책과 저급한 균형발전 로드맵에 앞장서 온 관료들 중 상당수가 차기 정권에 기웃거리는 해바라기성 작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종합부동산세제, 수능등급제, 언론통제 등 참여정부가 밀어붙인 시대역행적 정책의 부작용과 이에 따른 민생의 어려움은 이번 대선의 핵심이슈다. 여기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배를 갈아 타고 뻔뻔하게 '변신'을 시도하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짓이다.
차기 정권이 점령군처럼 권력을 남용하거나 공직사회를 뒤흔드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도덕적으로 올바르지도 않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공직사회를 쇄신한다는 명분 아래 공무원들의 무소신과 무책임을 키워온 것은 분명히 바로잡아야 한다.
누차 말해왔듯이 모든 개혁의 출발점은 공공부문이다. 오늘 대선의 승자는 직업공무원제의 효율성과 공직사회의 건강성 회복이 차기 정부 성공의 열쇠임을 확실하게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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