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익 / 현암사"삶이란 정성을 쏟는 일" … '언눔' 전우익의 삶과 글
농부 작가이자 재야 사상가였던 전우익이 2004년 12월 19일 79세로 사망했다. 전우익의 아호는 순우리말로 ‘언눔’, 무명씨란 뜻이다.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일꾼을 뜻하는 ‘피정(皮丁)’도 아호의 하나였다. 그는 해방 후 좌익 청년운동을 하다 6년여 징역을 살고 경북 봉화로 낙향해 농사를 지으며 생을 보냈다. 스스로는 파별난적(跛鼈亂跡), 한쪽 발이 망가진 자라가 절뚝절뚝 기어가며 남긴 어지러운 발자국 같은 볼품없는 삶이 자신의 삶이라고 했다.
그런 전우익의 이름이 세상에 널리 알려진 건 그의 편지글을 모은 책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때문이다. 1993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은 10년이 지나 2002년 MBC ‘느낌표’에 소개되면서 밀리언셀러가 됐다. 묻혀있던 책이 방송 타는 바람에 별안간 베스트셀러가 되는 풍토가 우습기는 하지만, 이 책처럼 그렇게라도 널리 알려질 수 있는 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책도 가끔 있다. 혼자만>
전우익은 이 책에서 한창때는 농사 짓고 겨울에는 자리 매면서, 계절의 변화와 흙과 나무와 풀에서 배운 자연의 이치에 빗대 인간사의 뜻을 되새긴다. 말투는 수줍지만 생각은 옹이 같다. “혼자만 잘 살믄 별 재미 없니더. 뭐든 여럿이 노나 갖고 모자란 곳을 두루 살피면서 채워 주는 것. 그것이 재미난 삶 아니껴.” 그는 “삶이란 그 무엇(일)엔가에 그 누구(사람)엔가에 정성을 쏟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오늘은 대선. “세상에 나는 물건을 사람만이 독식해서는 안되지요. 새와 곤충이 없이 사람만이 산다면 얼마나 삭막할까요? 그런데도 혼자 먹겠다고 야단이지요. 권력이란 것도 돈이나 농약만큼 독한 것이지요. 그걸 몇몇이서 독식하면 금방 끝장나는데도 한사코 독차지하자고 몸부림 치는 꼴이 가관입니다.” 전우익의 표현처럼 가관이었지만 어쨌든 선거전은 끝나고, 선택이 남았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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