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을 모르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고, 역사를 모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며, 철학을 모르면 중심을 잡지 못한다.”
서울대가 국내 최초로 기업 최고경영자(CEO) 등 재계 인사를 위해 개설한 인문학최고위지도자과정(AFP) 제1기 수료식이 이장무 서울대 총장, 이태진 인문대 학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대 교수회관에서 열렸다.
수강생 38명은 수료에 맞춰 ‘나와 인문학’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냈는데 대부분 인문학적 소양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철우 롯데쇼핑 대표는 “백화점 고객은 상품을 사러 오면서 ‘사랑’ ‘풍요’ ‘자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요구한다”며 “이를 읽어내는 통찰력은 인문학이라는 자양분을 통해 길러진다”고 했다.
인문학 강좌에서 영감을 얻어 회사 이름을 바꾼 경우도 있었다. 최하경 지음주택건설 대표는 “건축 부동산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바로 신뢰”라며 “IRID라는 영어 이름을 버리고 ‘서로 마음을 잘 알아준다’는 의미의 ‘지음(知音)’으로 바꾸었다”고 했다. 지음은 중국 춘추전국시대 거문고의 명수 백아와 그의 친구 종자기 사이에서 있었던 고사에서 비롯된 한자성어다.
인문학에 대한 이들의 열정은 높은 출석률로 입증됐다. 바쁜 일상 속에서 결석이 잦을 법도 하지만 출석률은 매번 90%가 넘었다. 17회에 걸쳐 강좌가 진행되는 동안 단 한 번도 결석하지 않은 수강생도 열 명이나 됐다.
인문대 기획실장인 이강재 중문과 교수는 “리더 육성과 관련한 타 과정에서 으레 있을 법한 골프 모임이 하나도 없다”며 “수료식이 끝났는데도 ‘더 가르쳐 달라’고 해서 내년 1, 2월 각각 한 차례씩 ‘애프터서비스’ 개념으로 특강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FP는 ‘칸트의 이성비판’ ‘알파벳의 기원’ ‘현대 프랑스 시와 샹송’ 등의 강좌를 70분 강의, 20분 질의응답 식으로 진행했다. 인문대는 ‘과정이 너무 짧다’는 1기생들의 불만을 받아 들여 2기부터는 20주 과정을 도입키로 했다. 2기 과정 원서는 내년 1월 7~18일 접수한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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