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정부와 언론들도 한국 대선의 개표 소식에 눈을 떼지 못했다. AP AFP 등 주요 통신과 CNN, BBC, NHK 등 각국 방송도 17대 한국 대선 출구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 확실을 비교적 이른 시간에 전하면서 한국 민심의 선택을 분석했다.
미 정가는 보수 성향을 가진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데 대해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 북 핵 문제나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에서 미측과 적잖은 갈등을 일으켰기 때문에 반작용의 성격이 강하다.
이 당선자는 노 대통령과는 달리 불필요한 마찰의 주요인이었던 이념적 경직성을 배제하고 한미관계에서도 실용적 가치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했다. 미 전국지인 USA 투데이는 19일 “한국은 대선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기대한다”면서 “한미관계가 더 우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당선자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이행에도 적극적이고 이라크 주둔 한국군 파병 연장에 찬성한다는 점 등도 미측을 안도하게 하는 대목이다. 다만 이 당선자가 미 민주당보다는 공화당 정부와 보조를 맞추기 쉬울 것이라는 전제를 깐 듯하다.
때문에 2008년 미 대선에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한미관계는 조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대북 정책에서는 부시 정부가 임기 중 외교업적을 의식, 이미 유화책으로 돌아섰고 민주당은 이를 심화할 것으로 보여 이 당선자의 보수정책이 다소 불협화음을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한중 관계의 큰 물줄기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반도 전문가들은 수교 15년간 신뢰를 쌓아온 양국 관계가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단지 중국은 이명박 정권 대북정책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장윈링(張蘊) 중국 사회과학원 국제연구학부 주임은 “경제와 국제정치 방면에서 양국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연간 1,5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양국 무역 규모, 500만명에 이르는 양국 인적 교류 등이 변함없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이 당선자가 노 정권의 대북정책을 기술적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남북간 갈등 소지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 전문가는 “이명박 정권은 북한에 대해 노 정권보다 많은 문제 제기를 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중국의 역할도 미세하게 변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물론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협력해온 양국의 관계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신화통신은 이 후보의 실용주의 외교가 현 한국 정부의 외교와 크게 차이가 없을 것이며 한반도 화해협력 강화 추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 언론은“10년만에 보수세력으로 정권교체가 확실해졌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매시간 한국 대선 상황을 전했던 NHK는 “경제계 출신 이명박 후보가 독주해 더블스코어로 정권교체가 확실해졌다”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은 “경제 재건을 내세운 이 후보에 대한 기대가 정권교체를 가능하게 했다”고 분석하면서 “이 후보가 BBK 사건 등 스캔들에 휘말렸지만 한번도 선두를 양보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NHK는 “이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 아무도 성공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없었다”며 이 후보의 추진력을 평가했다. 일본 언론은 이 후보가 일본에서 출생, 고학 끝에 46세에 대기업 회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일본 언론과 정치권은 향후 한일관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TBS 방송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설 경우 한일관계가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 틀림없다”고 보도했다. NHK도 “보수정권 복귀로 한국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 확실하다”고 전망했다.
노 정권과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했던 일본 정부ㆍ여당도 기대감을 갖고있다. 자민당 관계자는 “(일본에 적대적이던) 노 정권보다는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영국 BBC 방송은 3,700만 유권자들에게 주요 이슈는 경제였으며 기업가 출신인 이 후보가 투자를 끌어오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준 것 같다고 승리의 요인을 분석했다.
BBC는 이 후보의 선거운동이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됐다는 주장으로 얼룩졌지만 유권자들에게는 경제 상황이 최대 관심사였으며 도덕성 문제조차 뒷전으로 밀리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독일 주간지 슈피겔 인터넷판도 이 후보가 노무현 정부의 실정으로 반사적인 이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독일 공영 ARD 방송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이 당선자가 백만장자의 꿈을 실현한 데 이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써 성공 신화를 완성했다고 전했다.
조壕?조간 르 피가로는 이 후보가 경제 회생을 내세워 일본의 번영과 중국의 부상으로 마음을 놓지 못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10년에 걸친 좌파 대통령의 통치를 경험하면서 정치 엘리트들에 대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덧붙였다.
워싱턴=고태성특파원 tsgo@hk.co.kr베이징=이영섭특파원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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