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해 여성에게 오히려 징역과 태형을 선고해 국제적인 논란을 빚었던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결국 이 여성을 사면했다. 사우디 언론들은 17일 압둘라 국왕이 성폭행을 당한 뒤 징역 6개월에 태형 200대를 선고 받았던 20세 여성을 사면했다고 보도했다.
자신이 사는 마을 이름을 따 `카티프 소녀(Qatif girl)'로 알려진 이 여성은 지난해 남자친구와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다 7명의 남자들에게 붙잡혀 성폭행을 당했다.
사우디 법무부는 가해자 4명에게 납치 혐의로 유죄를 확정했으나 피해 여성에게도 “외간 남자와 밀폐된 공간에 함께 있었다”며 90대의 태형을 선고했다. 피해여성의 변호사가 언론에 부당함을 주장하자 사우디 정부는 법정모독을 이유로 형량을 태형 200대와 실형 6개월로 높여 국제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사우디 정부는 그동안 비난 여론에 대해 “피해여성이 유부녀로 불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태형을 선고한 것”이라고 반박해왔으나, 결국 이 여성에 대한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압둘라 빈 무하메드 알-셰이크 사우디 법무장관은 “이번 사면이 해당 판결의 정당성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며 “피해여성의 심리적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조치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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