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35ㆍ여ㆍ구속)씨는 변양균(58ㆍ구속)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직접 지정해 줬으며, 변 전 실장은 경제적 부담 때문에 난색을 표하기도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수사결과 변씨가 신씨에게 해준 선물은 4,600여만원 어치나 됐다.
17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김명섭 판사 심리로 열린 4차 공판에서 변씨는 “지난해 4월부터 올해 5월까지 신씨에게 반지와 목걸이 등을 선물한 게 맞느냐”는 검찰 추궁에 “그렇다”고 시인했다.
변씨는 “신씨로부터 값진 그림 등을 선물로 받은 적이 있어 무언가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씨에게 선물 의사를 밝히자 신씨가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좋은 것으로 달라’고 했다”며 “(경제적 부담 때문에) 난색을 표하자 신씨가 자신이 갖고 있던 상품권을 보태기도 했고, 원하는 선물을 직접 고른 뒤 알려 주기도 했다”고 밝혔다.
변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6차례에 걸쳐 다이아 반지(1,248만원 상당), 명품 시계(891만원) 등 4,600여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선물했다. 변씨는 “신씨를 만날 때는 운동삼아 남산에서 만나 산책을 했다”며 데이트 장소를 공개했다.
변씨는 검찰이 “동국대 이사장 영배 스님 등을 계속 접촉한 것은 신씨의 가짜 학위 문제를 덮으려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하자 “불교계 권력 투쟁의 ‘화해 주선’목적이 더 컸다”고 답했다. 그는 “처신을 잘못한 것 때문에 이런 상황에 놓였지만… 30년 공직생활을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가짜인 걸 알면서도 그러겠느냐”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감정이 격해진 듯 울먹거리기도 했다.
이어 오후에 열린 공판에서 신씨는 작심한 듯 “그 동안 나를 ‘꽃뱀’등 저속한 표현으로 비하했는데,세상에는 아름다운 인연도 많으니 그만 했으면 좋겠다”며 “선물도 유명 작가인 존 버닝햄에게 부탁해 변씨의 자화상 등을 그려 준 적이 있어 그림 값 대신 선물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존 버닝햄은 세계적인 동화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변씨의 청와대 집무실에도 그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
김정우 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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