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학자 윤무부(66) 경희대 명예교수가 새와 함께 보낸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자전적 에세이 <날아라,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 (마음의 숲)를 펴낸 윤 교수는 “새는 나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준 스승”이라고 말했다. 책 제목에는 욕심, 고집, 이기심 따위에 사로 잡혀 아등바등 사는 현대인의 삶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비상하는 새처럼 자유롭고 희망차게 살아가자는 교훈이 함축돼 있다. 날아라,>
<한국의 산새> <한국의 물새> 등 수많은 전문서적을 냈지만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털어놓은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지난해 정년 퇴임한 뒤 전북 무주 구천동 부근에서 새 사진을 찍다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두 달간 병원 신세를 지면서 “죽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남겨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뇌경색의 후유증으로 오른손이 마비된 윤 교수는 왼손으로 펜을 들었고, 때로는 구술로 아내 김정애(60)씨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 한국의> 한국의>
책은 거제도 장승포에서 고기잡이 배 한 척에 생계를 의지하던 어부의 일곱 형제 중 셋째로 태어나 ‘새 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조류학자로서 새와 함께 보내며 느낀 단상을 엮은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
입시 준비 도중 경희대에서 열린 생태계 전시회에 감동을 받아 영문학과에 가기를 바랐던 형의 권유를 뿌리치고 생물학과로 진학한 일과 ‘대한민국 최고의 새 박사’를 꿈꾸며 전국 방방 곡곡을 돌아다니며 하루 1,000마리 새의 발에 가락지를 끼우던 대학시절의 추억, 새를 찾아 산을 헤매다 아침이슬을 맞고 산에서 내려오다 불심검문을 받고 간첩으로 오인돼 경찰서 유치장 신세를 진 일, 조용한 새소리를 채집하기 위해 한밤중에 공동묘지를 안방 드나들 듯 한 일 등 새와 함께 희소노매(喜笑努罵)한 뒷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다.
새장에 갇힌 새를 보며 그는 “남에게 의지하는 삶, 여러분들이 자신의 날개를 갖지 못하고 스스로 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인지 걱정된다. 사람에게 날개란 마음 속의 식지 않는 열정과 같다”고 적었다. 서로의 날갯짓에 의지하며 V자형으로 질서정연하게 나는 기러기 떼를 보며 “서로가 서로에게 미소를 지으며 ‘힘내!’ 라고 나지막하게 말할 수 있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도 자연의 그것처럼 평화롭고 행복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고 희망을 피력한다.
태안지역의 기름 유출사태를 안타깝게 바라보는 그는 다음주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불쌍한 새들이 죽었다. 내년 봄까지 청소하지 않으면 서해안 철새의 60% 이상이 피해를 볼 것”이라는 그는 “내 앞에 있는 작은 것에 욕심을 내지 않은 새들을 본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새처럼, 이른 새벽인 3시30분에 일어난다는 그는 새해에는 자신이 찍은 60만장의 사진을 묶은 조류사진집, 300종 이상의 영상을 활용한 영상자료집, 200여종의 새소리를 모은 새소리 모음집 등을 펴낼 계획이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